경제 · 금융 경제동향

원화절상 속도 우려하던 기재 1차관… 이제야 외환시장 '딜링룸' 찾은 까닭은

7월말께 방문 결정 불구

원화 약세 시기 맞물려

"당국 뒤늦게 존재감" 지적

1일 최상목(오른쪽 두번째) 기획재정부 1차관이 함영주(오른쪽) 은행장과 함께 서울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을 방문해 설명을 듣고 있다.   /송은석기자1일 최상목(오른쪽 두번째) 기획재정부 1차관이 함영주(오른쪽) 은행장과 함께 서울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을 방문해 설명을 듣고 있다. /송은석기자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이 이례적으로 외환 딜링룸을 전격 방문했다. 외환당국의 차관급 인사가 딜링룸을 찾은 것은 1962년 서울 외환시장이 개설된 후 처음이다. 당국은 외환시장 마감 시간 연장을 점검하기 위한 현장 방문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시기가 미묘하다는 말도 나온다.

최 차관은 1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 외환 딜링룸을 찾아 거래 현황을 참관하고 주요 시장 참가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올해 들어 미국 금리 인상,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등 대외 불확실 요인으로 국내외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며 “앞으로 대외여건 변화에 따라 환율의 급등락이 반복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방문은 지난 7월 말께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원·달러 환율이 1,150~1,160원선에서 오르내리다 1,120원대까지 급락했던 시기다. 8월 들어서는 원·달러 환율이 올 들어 처음으로 1,100원대가 무너졌고 수출기업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이튿날 최 차관은 “과다한 쏠림 현상이 발생할 경우 적절한 시장 안정조치를 취하겠다”며 구두개입이 나섰지만 원·달러 환율은 1,090원대까지 밀렸다. 결국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불거진 뒤에야 원·달러 환율 그래프는 반등하기 시작했다.

관련기사



외환시장에서 최 차관의 방문 시점을 놓고 설왕설래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원화 약세 흐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당국이 뒤늦게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당국이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를 의식해 소극적인 스탠스를 보였던 것을 감안하면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는 반론도 있다. 외환시장의 한 딜러는 “최근 당국 개입이나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을 보면 엄청 조심스러운 모습”이라며 “당국자가 직접 외환시장을 방문해 공개적으로 환율을 관리할 의도는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원론적인 ‘시장 안정’ 메시지를 던지기 위한 의례적인 방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외환당국의 한 관계자는 “외환시장에 원화 절상이 과도하다는 수준의 메시지를 주기보다는 높아진 대내외 불확실성과 변화된 여건 속에서 시장을 안정시키고 또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