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의 비리에 잇따라 관대한 처분을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법조 일각에서는 ‘친정 식구 감싸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일 법원과 법무부·대한변호사협회 등에 따르면 부장판사 출신 A(50) 변호사는 불법으로 사건을 수임한 혐의로 지난 3월 법무부로부터 정직 3개월 징계를 받았다. 법률사무소 사무직원 2명으로부터 사건을 소개받은 대가로 1,000만원을 지급했기 때문이다. 형사사건 피해자에게 피해를 대신 변제하겠다며 약속어음을 발부했으나 미지급한 혐의도 있다.
A 변호사는 징계에 승복할 수 없다며 5월 서울행정법원에 징계 취소 소송을 냈다. 이때 ‘집행정지’ 청구도 함께 냈는데 법원은 “판결 선고 시까지 정직 처분 효력을 정지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법조계에서는 이 결정이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건 소개·알선 명목으로 금품을 주고받는 행위는 징계와 별도로 형사처벌 대상이다. 실제 A 변호사는 소개비 교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약식기소돼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집행정지는 판사의 재량이지만 유죄가 확정된 사안임에도 집행정지를 해준 것은 관대한 결정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유사 사례와 비교했을 때 형평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A 변호사처럼 정직 3개월 징계를 받고 불복 소송 중인 B(47) 변호사의 경우 서울행정법원에 6월 집행정지를 청구했지만 기각당했다. B 변호사는 의뢰인에게 수임료를 돌려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 혐의 등을 받았지만 이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지는 않았다. 그는 판검사 경력이 없는 ‘일반 변호사’였다.
A 변호사에 대한 선처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앞서 지난해 2월에도 법무부로부터 과태료 2,000만원 처분을 받았다. 현직 재판부와의 친분을 내세워 사건을 수임해 ‘연고관계 선전 금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혐의였다. A 변호사는 이 징계에 대해서도 불복 소송을 냈는데 법원은 1심·2심 모두 징계 취소 판결을 내렸다. 징계사유 중 일부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그 가운데 의뢰인에게 “담당 판사가 기숙사도 같이 쓰고 한참 동안 같이 생활했던 사람”이라고 말한 게 연고관계 선전이 아니라고 판단한 부분이 논란이 됐다. 법원은 단순히 판사와의 친분을 말했을 뿐 “관계를 활용해 사건 결과에 영향을 미치겠다” 등 추가적인 약속이 없는 한 징계사유가 안 된다고 봤다.
서울 서초동에서 법률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한 변호사는 “변호사로부터 판사와 친하다는 말을 들은 의뢰인은 백이면 백, 관계를 활용해 사건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것”이라며 “법원 판단은 전관변호사들의 연고관계 선전 수임 관행 전반에 면죄부를 주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