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산업모세혈관 소공인 살리자] <6·끝> 부산 범천동 신발·가죽·가방 지원센터

협업 생태계 구축…부산 신발산업 부활 온힘

업체 20여곳 조합결성 돕고

공동브랜드 통한 생산 독려

원가절감·판로확보 이끌어

中 온라인쇼핑몰 입점 지원

청년 디자이너 연계 모색도

김철민(가운데) 부산 범천 신발·가죽·가방 소공인특화지원센터장이 1일 부산 범천동에 있는 소공인 공동 신발매장에서 고객들에게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부산=한동훈기자김철민(가운데) 부산 범천 신발·가죽·가방 소공인특화지원센터장이 1일 부산 범천동에 있는 소공인 공동 신발매장에서 고객들에게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부산=한동훈기자




부산은 1960~1980년대 초반까지 한국 신발산업의 메카였다. 특히 부산진구 범천동 일대에 신발업체들이 대거 터를 잡고 신발을 만들었다. 고무신을 비롯해 합성고무에 천을 입힌 학생 운동화, 합성 피혁 신발인 케미컬 슈즈 등을 수출하며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1980년대 중반부터 부산의 신발산업은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직원 임금이 급속도로 오르면서 경영난이 가중됐고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에 의존하다가 거래처가 끊기면서 번창했던 회사들이 하나 둘 신발 생산을 중단했다. 현재는 범천동과 가야동 주변을 중심으로 260여개 영세 업체들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1일 부산 범천동 신발·가죽·가방 소공인특화지원센터에서 서울경제신문 취재진과 만난 김철민 센터장은 “특정 업체를 중점 지원하는 것보다는 부산 신발 전체 생태계가 살아나는 방향으로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업체들이 기본적으로 신발 생산 능력은 갖추고 있는 만큼 자체 브랜드 개발과 마케팅·디자인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해 부산이 다시 신발의 메카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동의대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경영학을 가르치던 김 센터장이 지난해부터 신발·가죽·가방 소공인특화지원센터 운영을 맡으면서 야심차게 추진한 것 중 하나가 부산 신발업체들의 조합을 만든 것이었다. 이전까지는 부산 신발 제조업들은 조합을 결성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협업을 하거나 공동의 목소리를 내는 사례가 많지 않았다. 이에 김 센터장은 지난해 말 조합결성을 추진했고 현재 20여개 업체들이 조합에 가입한 상태다. 김 센터장은 “3개월 간 직접 뛰어다니며 조합에 참여하도록 업체들을 설득했다”며 “조합을 만들어 공동으로 원료를 구매하고 제품을 판매하면 구매원가도 낮출 수 있고 판로확보가 훨씬 수월해 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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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브랜드를 만들어 제품을 알리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브랜드 이름은 ‘슈플레이스’다. 부산이 신발 제조업의 본고장이라는 의미를 반영했다. 여전히 OEM 비중이 높지만 자체 브랜드를 갖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업체들에 알려 현재는 다수의 신발 업체들이 ‘슈플레이스’ 브랜드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협동조합에 가입한 일부 업체는 힘을 합쳐 최근 부산 동구 자유시장에 ‘슈플레이스’ 오프라인 매장을 열기도 했다.

이 밖에 신발·가죽·가방 소공인특화지원센터는 집적지 소공인 기업들의 중국 판로 개척을 위해 중국 온라인 쇼핑몰 입점을 지원해 주고 있고 주기적으로 오프라인 팝업 스토어를 열어 소공인들이 우수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판매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다. 지난해 말에는 세무신고를 잘못해 부가세 누락 통지를 받은 업체를 대상으로 세무 컨설팅을 해주기도 했다. 오는 11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부산국제신발전시회 참가비와 전시부스도 지원할 예정이다.

김 센터장은 청년 디자이너들이 부산 신발 단지로 많이 유입되도록 동의대학교와 협업도 모색하고 있다. 내년 말 부산진구청과 동의대학교가 ‘청년 창조 발전소’를 완공할 예정인데 이곳으로 디자인관련 청년(대학생)들을 많이 유치해 부산 신발 업체들과 협력하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김 센터장은 “부산 신발 업체들은 생산 시스템은 갖추고 있지만 디자인이나 판매망 확보에서는 뒤져지는 게 사실”이라며 “부산 지역 신발 생산업자들과 청년 신발 디자이너, 청년 온라인 판매업자들을 연결시키는 사업 모델을 구축한다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부산=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

한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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