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한진해운 법정관리 후폭풍]"美 '블프' 대목 놓칠라" 가전사 발동동

■산업계 피해 눈덩이

한진해운 컨선 61척 '유랑'

英 조디악은 한진해운에

용선료 청구소송 제기도





한진해운의 법정관리(기업회생 절차) 신청에 따른 국내 수출업체들의 피해가 시일이 지날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등 연말 쇼핑시즌을 앞두고 컨테이너선을 이용한 북미 물동량이 집중되는 3·4분기에 국내 최대 선사의 발이 묶이면서 수출로 먹고사는 국내 산업계의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한진해운과 주요 항로를 공동 운항하는 글로벌 해운동맹 ‘CKYHE’ 소속 회원사들도 한진해운과의 공동 운항을 거부하겠다고 밝히면서 한진해운발(發) 산업계 피해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4일 해운 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으로 컨테이너선 61척을 비롯해 총 68척의 한진해운 선박이 23개국, 44개 항만 인근 해상에 무기한 대기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컨테이너선이 항만에 접안해 하역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수십 개 업체가 달라붙어 복합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이 가운데 한 가지 서비스라도 차질이 빚어지면 입항 자체가 불가능하다.


수출 물량을 잔뜩 실은 컨테이너선이 입항하지 못한 채 ‘유령선’처럼 바다 위를 떠돌면서 한진해운에 해상운송을 맡긴 화주들의 속도 타들어가고 있다. 전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지법인에 공급해야 하는 자재를 실은 컨테이너선이 접안도 하지 못한 채 해상에 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긴급회의를 소집해 대책을 논의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운송지연이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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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선박이 입항하더라도 하역 담당 업체들이 대금 지급을 요구하며 컨테이너 하역작업을 거부하거나 육상운송을 담당하는 화물업체들이 운송을 거부하는 사례도 속속 접수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연중 최대 쇼핑 시즌인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수요에 대응할 만한 물량을 현지에서 확보하지 못해 ‘없어서 못 파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성진 LG전자 사장은 지난 2일(현지시간) ‘IFA 2016’이 열리고 있는 베를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가전사업부의 수출 비중이 30% 이상인 미국으로 향하는 해상운송을 한진해운에 중점적으로 맡기고 있다”면서 “한진해운 사태가 LG전자의 미국 수출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 사장은 이어 “연말 블랙프라이데이 등에 맞춰 프로모션 물량을 집중적으로 실어 날라야 하는데 현지에 쌓아둔 재고만으로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난감해했다.

한편 영국 해운 전문지 로이즈리스트는 이날 영국 선주회사인 조디악이 한진해운을 상대로 미 로스앤젤레스(LA) 연방법원에 용선료 청구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조디악은 한진해운에 3,600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를 실을 수 있는 규모)급 컨테이너선인 ‘한진루이지애나’와 ‘한진뉴저지호’를 빌려주고 있다. 연체된 용선료는 각각 170만달러, 140만달러로 총 310만달러(약 35억원) 규모다. 로이즈리스트는 또 조디악뿐 아니라 싱가포르 선주사인 이스턴퍼시픽도 한진해운을 상대로 용선료 지급 청구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한재영기자 베를린=김현진기자 jyhan@sedaily.com

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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