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 겸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한미중 간 소통을 통해 건설적이고 포괄적인 논의를 하자고 제안한 것은 전향적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사드 문제를 단순히 한미 관계나 남북 관계 차원에서 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미중 전략경쟁이라는 국제정치역학의 구조적 차원도 고려하면서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사인을 보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또 “이것은 중국에 어느 정도 긍정적 신호를 준 것으로 양국이 절충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중국은 한국에 대해 ‘팃 포 탯(tit for tat·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을 통해 한국의 대응 여하에 따라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데 이는 중국이 여전히 한국과의 관계를 잘 가져가고 싶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한중 정상들이 ‘구동존이(求同存異·차이를 인정하며 공동의 이익을 추구함)’를 강조한 점 역시 사드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는 못했지만 이를 극복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더 나아가 박 대통령은 “구동존이에서 구동화이(求同和異·서로 이견이 있는 부분까지 공감대를 확대함)로 나아가자”고 말했으며 시 주석도 ‘부정적 요인 통제’ ‘핵심이익 존중’ 등을 언급하면서 한중 관계의 발전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한중 정상회담 이후 중국 언론들이 일제히 시진핑 주석이 사드 배치에 반대했다는 내용을 집중적으로 보도한 점이나 시 주석이 한반도 3대 원칙(한반도 비핵화, 한반도의 평화·안정,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의 기존 입장만 되풀이한 점에서 이번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당장 한중 관계가 전환점을 맞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중국 언론들의 보도를 봤을 때 중국의 정책이 큰 틀에서 변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면서 “그렇다고 중국의 반대에 휘둘려 일각에서 주장하는 사드 배치 결정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거나 유보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연구위원은 “한중 정상회담에 앞서 이뤄진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사드 배치를 놓고 양측이 대립각을 세운 만큼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한미중 협의도 중국이 수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의 입장을 중국에 지속적으로 설명하면서 사드 문제는 빨리 매듭을 짓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한 외교소식통은 “양국 정상들이 지속적으로 소통하기로 한 만큼 오는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여러 다자회의를 계기로 계속 이야기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