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양승태 대법원장 '대국민 사과'] '부실 자체 감사' 다시 도마에

"직무 비리 행위 있을수 없는 일

모든 판사 엄중히 받아들여야"

역대 세번째 대법원장 사과

학계 "외부 참여 기능 강화해야"



양승태 대법원장이 6일 발표한 ‘국민과 법관들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사과문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청렴’이었다.

양 대법원장은 10장 남짓한 발표문 가운데 14차례에 걸쳐 법관의 청렴을 강조했다. ‘신뢰’라는 표현도 7차례 등장했다. 양 대법원장의 이번 대국민 사과는 결국 법관 개개인의 청렴 문제가 사법부 전체의 신뢰에 대한 위기로 이어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양 대법원장은 이번 대국민 사과문을 직접 작성했다.


양 대법원장은 ‘부정을 범하는 것보다 굶어 죽는 것이 더 영광이다’는 가인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의 말을 인용하며 “(청렴성은) 법관의 존재 자체와 직결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이든 다른 법관이든 그의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는 행위는 법관으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어느 한 법관의 일탈행위로 인해 법원이 신뢰를 잃게 되면 그 영향으로 다른 법관의 명예도 저절로 실추된다”며 “상황이 어떠하더라도 자기만은 신뢰와 존중을 받으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이라며 이번 사태를 모든 판사가 엄중히 받아들일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이런 사과에 이르기까지 대법원이 보여줬던 자체 감사 기능에 대해서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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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산하 윤리감사관실은 앞서 김 부장판사의 비위 의혹이 처음 불거져나올 당시 자체 조사에 나섰지만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금융거래 자료를 제출하라’는 대법원의 소명 요구에 김 부장판사가 “돈을 받은 적이 없기에 입출금 내역을 낼 필요가 없다”며 거부했기 때문이다. 현재 윤리감사관실은 강제조사권한이 없다. 결국 대법원은 검찰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제 식구인 김 부장판사의 비위 의혹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역대 세 번째로 대법원장이 대국민 사과를 하게 됐다. 지난해 최민호 전 판사가 명동 사채왕으로부터 억대 금품을 받은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최 전 판사가 법원에 낸 해명자료에는 결점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 실효성 있는 후속대책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이번 대국민 사과에 앞서 이뤄진 두 번의 대법원의 대국민 사과에서도 당시 대법원장들은 이번과 마찬가지로 청렴과 사법 신뢰에 대한 반성을 강조했다. 1995년 인천지법 집달관 비리 사건 당시 윤관 대법원장은 전국 법원장 회의를 열고 “사법부에 신뢰를 보내주신 국민들께 송구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2006년 법조 브로커 김홍수씨 사건이 터졌을 때도 이용훈 당시 대법원장은 “사법 불신의 원인이 재판 당사자나 국민의 오해, 또는 다른 동료 법관들의 부적절한 처신이나 행동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지라도 이를 해소하고 사법 신뢰를 회복할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고 했다.

학계에서는 법원이 외부 참여 등을 통해 내부 비위를 걸러낼 수 있는 기능을 강화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원은 모든 사건을 최종적으로 판단한다는 임무의 특성상 가장 높은 도덕성을 요구받고 동시에 그에 따라 외부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다만 내부 감찰에서는 외부 참여를 활성화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법원장들도 윤리감사관실의 기능과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했다. 현재 행정처 윤리감사관실에는 부장판사인 윤리감사관과 함께 3명의 심의관이 있다. 법원장들은 더불어 판사들이 외부 인사를 만나거나 법원 밖의 개인생활에서도 엄격한 윤리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나눴다.

김흥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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