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글로벌 현장에서] 탄자니아와 킬리만자로의 표범

송금영 주탄자니아 대사

年 7% 성장 阿 부국 탄자니아

풍부한 지하자원 등 잠재력 커

내년 주한 대사관 개설 통해

양국 경제협력 확대되기를

송금영 주탄자니아 대사송금영 주탄자니아 대사


‘킬리만자로의 표범’은 1985년 한국의 유명한 가수 조용필씨가 불러서 히트친 노래이다. 킬리만자로 산은 해발 5,895m로 아프리카에서 가장 높은 산이며, 탄자니아에 위치하고 있다. 탄자니아 정부는 탄자니아를 한국에 널리 알린 공로로 조용필씨에게 2001년 문화훈장을 수여했다.

탄자니아 사람들은 스와힐리어로 ‘폴레폴레(pole pole)’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우리말로 ‘천천히’라는 뜻이다. 킬리만자로 산은 너무 높아 하루 만에 등산할 수가 없다. 통상 4박 5일 코스로 정상까지 오른다. 매일 약 1,000m를 등산하면서 고산병에 적응하고 마침내 마지막 날 새벽에 정상에 오른다. 등산객들이 산을 오를 때 너무 빨리 오르면 고산병에 걸려 중도에 하차해야 하며 ‘폴레폴레’ 올라야 한다고 한다.


그렇다고 탄자니아 사람들이 항상 ‘폴레폴레’하지는 않는다. 필요할 때는 신속하게 행동하고 일들을 처리한다. 특히 2015년 11월 새로 취임한 탄자니아 존 폼베 마구풀리 대통령은 강도 높은 부정부패 척결과 과감한 구조개혁으로 세계적으로 주목 받고 있다.

마구풀리 대통령은 국가 기강을 확립하기 위해 30개의 부처를 18개로 통폐합하고 무능한 공무원들을 퇴출시키고 있으며 공무원들의 불필요한 해외 출장을 금지하고 있다. 국가행사들을 생략하고 절약한 예산으로 병원용 침대를 구입해 공급하기도 했다. 마구풀리 대통령은 국민들의 고충 해결에 최우선 순위를 둠으로써 국민으로부터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마구풀리 대통령이 국가발전을 위해 주창하고 있는 슬로건은 스와힐리어로 ‘하파 카지 투(Hapa Kazi Tu)’이다. 우리말로 ‘열심히 일하자’라는 의미이다. 한국이 1970년대 농촌을 개발하고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시작한 새마을 운동과 유사하다.


탄자니아는 아프리카에서 드물게도 평화적으로 정권이 교체된 안정적인 민주 국가이다. 그리고 킬리만자로 산과 동물의 왕국인 끝없는 초원의 세렝게티, 세계 최대 분화구인 응고롱고로, 인도양의 흑진주 잔지바르 섬 등 풍부한 관광자원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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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탄자니아 1인당 국민소득은 약 1,000달러로 개발도상국에 속한다. 그러나 탄자니아는 지난 10년간 정치적 안정을 토대로 연간 7%의 건실한 경제성장을 달성해 아프리카에서 역동적으로 발전하는 경제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마구풀리 대통령은 오는 2025년 1인당 국민소득 2,500달러 달성을 위해 도로 및 철도, 송전선 등 인프라 건설과 해외투자 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2016년 초부터 중학교까지 무상교육을 확대해 인적개발에도 적극 투자하고 있다.

탄자니아와 우리나라는 1992년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지난 24년간 양국관계는 괄목하게 발전했다. 2015년 양국 무역규모는 2억4,000만달러이며 현재 약 500명의 우리 국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탄자니아는 아프리카에서 우리나라의 유상원조를 가장 많이 받는 나라이기도 하다. 2016~2020년간 우리나라의 공적개발원조(ODA) 중점협력국으로 선정됐다.

현재 약 20여 한국 업체들이 우리나라의 유상 지원으로 탄자니아에서 건설 중인 병원, 교량, 송전망 연결사업 등에 진출해 있다. 핸드폰·냉장고·에어컨 등 한국 전자제품은 탄자니아에서 인기가 높다. 탄자니아는 주로 한국에 담뱃잎과 커피 등 농산물을 수출하고 있다. 인구 5,000만명의 탄자니아는 한반도 4배 크기의 영토와 지하자원이 풍부해 앞으로 발전 잠재력은 다대하며, 한국과 탄자니아 간 호혜적 협력 전망도 어느 때보다 밝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재 서울에는 탄자니아 대사관이 없다. 탄자니아 정부 인사들을 만날 때마다 한국에 탄자니아 대사관을 개설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탄자니아 정부는 한국을 경제협력의 주요한 파트너로 보고 있으며 내년에 대사관을 서울에 개설할 예정이라고 한다.

‘폴레폴레’가 아닌 ‘빨리빨리’ 한국에 탄자니아 대사관이 개설돼 한국과 탄자니아 간의 관계가 보다 돈독해지고 ‘킬리만자르의 표범’ 노래를 부르는 한국 사람들이 보다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송금영 주탄자니아 대사

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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