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하반기 기업실적 비상]"낮은 해상운임 덕에 잘 나갔는데..." 전자 등 수출기업 '억소리'

"허리띠 죄도 소용 없어..." 업종별 손실 최대 조단위

원화강세로 석유화학도 中보다 가격경쟁력 떨어져

구조조정 태풍 조선업은 수주 1년전보다 86% 급감

부산항 신선대와 감만부두 상공이 겹악재에 둘러싸인 우리 기업들의 상황을 반영하듯 구름에 덮여 있다.   /연합뉴스부산항 신선대와 감만부두 상공이 겹악재에 둘러싸인 우리 기업들의 상황을 반영하듯 구름에 덮여 있다. /연합뉴스








재계는 물류대란에 따른 수출운임 상승이 하반기 기업실적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실 국내 대기업들이 어려운 경영여건에서도 최근 괜찮은 실적을 거두며 선방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극한의 비용 쥐어짜기가 있었다. 삼성전자 같은 국내 1등 기업조차 상시 구조조정을 통해 인력을 솎아내고 회식까지 자제시키면서 허리띠를 졸라매 영업이익률을 지켜냈던 것이다.


그중에서도 해운운임이 급락하면서 물류비용이 그만큼 떨어진 것이 이익을 늘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물류대란이 장기화할 경우 실적 전반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는 게 주요 대기업 재무통들의 분석이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3~4년간 해운사들이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비용으로 짐을 실어나른 덕분에 국내 수출기업들은 반사이익을 얻었던 측면이 있다”며 “한진해운이 청산돼 운임이 오름세로 돌아서면 상당수 수출기업들이 흑자를 반납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운사들이 홀로 감당했던 해운업 치킨게임의 고통을 앞으로 국내 기업들이 분담해야 할 상황이 온다는 것이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 상장 제조업을 기준으로 운송 관련 비용은 매출액의 1%, 영업이익의 17.4%에 이른다”며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73%가 바다를 통해 운반되고 있어 해상운임 상승이 기업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점차 희박해지며 원화가 강세를 보이는 것도 수출기업으로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올 1·4분기에는 원화 값이 약세를 나타내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같은 수출기업들이 반사이익을 거뒀다. 하지만 2·4분기 들어 원화가 강세로 돌아서더니 최근에는 절상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업종별로 차이는 있지만 국내 수출업체들은 대부분 원화가 강세를 보일 때 매출과 영업익이 모두 줄어드는 부작용을 겪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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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는 특히 전자업계의 고통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가뜩이나 전체 매출에서 수출과 해외판매 비중이 높고 최근 원·달러 환율 역시 약세(원화 강세)를 나타내고 있어 ‘이중고’에 시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LG전자의 경우 올해 반기 매출(연결기준)에서 해외 비중이 75.2%에 이를 정도로 높아 수출환경 변화에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조성진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한진해운 사태에 따른 수출차질이 예상 밖으로 심각해 물류비가 오르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올 상반기 ‘서프라이즈’ 수준의 호실적을 냈던 석유화학업계도 한진해운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GS칼텍스·S-OIL·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4대 정유사의 올 상반기 합계 영업이익은 총 4조7,000억원을 넘기며 사상 최대치에 육박하는 기록을 냈다.

이들 정유사와 석유화학 기업은 국내에서 생산한 제품을 중개업체를 통해 해외 각지로 실어나른다. 그런데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이후 해운사들이 해상운임을 30% 가까이 올리고 있어 한국 제품을 사들이던 전 세계 고객들이 각자 인근 지역으로 수입처 다변화를 시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동시에 원유를 수입해 가공한 뒤 수출하는 유화업계는 원화 강세에 따라 중국 업체와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구조조정 태풍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조선업계는 한진해운 청산에 따라 일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조선·해운 전문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난달 말까지 우리나라 조선업계의 누적 수주액은 23억달러로 한 해 전 수주액의 176억달러에서 86%가량 급감했다. 여기에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이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어 위로금 지급과 같은 일회성 비용 지출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실적에 대한 기대를 낮추게 하는 요소다.

그나마 자동차업계는 물류대란에서 다소 비켜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자동차 수출은 100% 선박으로 이뤄지지만 현대글로비스와 유코카캐리어스가 각각 50%씩을 맡고 있어 한진해운과 무관하다. 현대모비스의 일부 부품이 한진해운을 통해 해외로 나가지만 그마저도 전체 물량에 3% 수준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입항 거부를 당한 스페인·싱가포르 노선에 현대모비스 부품이 실려 있지만 AS 부품이라 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진해운을 통해 타이어를 수출해온 넥센타이어와 금호타이어는 운송 중인 수출물량 수급에 차질이 있어 실적에 일부 악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부종합 squiz@sedaily.com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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