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항만 과잉, 메가 허브포트가 답

배준영 인하대 물류전문대학원 겸임교수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처럼

배후지에 기업을 유치하고

효율적 클러스터 만들어야





해운·조선·항만은 톱니바퀴로 맞물려 돌아간다. 한진해운 사태로 환적 컨테이너 100만TEU 가운데 반을 외국 항만에 빼앗길 위기다. 부산항은 매출 6조원 감소를 우려한다.


해운·조선 위기는 공급 과잉에서 비롯됐다. 한진해운과 대우조선해양 사태에서 본 바와 같다. 항만산업도 비슷한 종양이 자라는지 살필 시점이다. 불행히도 항만도 과잉이다. 공급이 넘친다. 시설 공급이 수요의 30%를 상회한다. 부산 북항, 군산항에는 임대료를 못 내는 부두운영회사들도 생겼다.

대한민국은 바다와 북한으로 막힌 섬이다. 무역항 31개, 연안항 29개 모두 60개의 항만이 있다. 바다로 99%의 물자가 오간다. 해양대국·물류보국이 주창되고 성장 당위론이 대세였다. 해운·조선과 마찬가지로 항만 분야도 ‘선제적 투자’라는 말이 더 먹혔다. 경기 침체기 때조차 그랬다. 일감이 부족한 대형 건설사들이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물동량 예측 보고대회 자리에 선사·항만운영사보다 더 많이 왔다. 물동량 증가를 준비해야 한다는 결론과 함께 문어발식 항만 증설이 잇따랐다. 각 지역 항만공사도 경쟁적으로 항만시설을 늘렸다. 과거 일본의 각 자치단체처럼 상당수의 항만시설이 유휴화할 것이라는 경고는 묻혀버렸다. 더구나 근래는 영국 해운 컨설팅 업체인 드류리가 중국의 수출 둔화로 전 세계 항만물량이 5년간 연 3% 이하로 저성장할 것을 예견한 상황이다.

정부 기능의 핵심은 ‘규제’와 ‘선도’다. 항해하고 있는 대한민국호를 위해 준설도 하고 물길도 바꾸고 운하도 파는 것이 정부의 일이다. 배에 탄 경제주체는 먹고사는 문제에 매달린다. 배가 갈 길을 여는 일을 정부에 위임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밀한 규제와 세련된 선도가 물류 분야에서는 보기 힘들었다. 물류대란 등 모든 문제가 공급에서 발생했다. 물론 공급 측면의 오버슈팅(과열)을 하고 돌아와 수요 공급이 맞춰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때까지 경제주체들의 희생이 너무 크다.


과거의 적폐를 교훈 삼는다면 올바른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것이다. 배도 커지고 뱃길도 깊어지고 항만도 대형화하고 있다. 부산에 들어온 세계 최대의 컨테이너선인 MSC오스카호는 2만개 가까운 컨테이너를 싣고 다닌다.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파나마운하는 지난 6월 말 확장 준공돼 1만3,000개의 컨테이너를 실은 대형선도 지난다. 큰 컨테이너선에 대한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다. 북미의 셰일가스를 유럽으로 나를 액화천연가스(LNG)선은 더 그렇다. 중국 상하이항은 바다로 32㎞나 도로를 연결한 양산항을 주력으로 연간 3,500만개의 컨테이너를 처리한다. 대형화에 따른 메가포트의 집중 육성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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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항 등 수도권 항만은 이제 수도권 물량을 소화해내야 한다. 물류는 접근성이다. 남쪽 끝으로 400여㎞를 오가는 동안 발생하는 탄소 배출, 도로 파손, 물류비 상승 등은 더 이상 방관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컨테이너 물류비만 연간 600억원 이상 더 든다.

부산항 등 남쪽 항만은 허브항으로 최대 강점인 환적물량을 더 유치하도록 매진해야 한다. 2M·CKYHE·G6 등의 해운동맹과 긴밀한 판촉을 벌이고 그들의 요구에 맞는 인프라를 정비해야 한다. 하역작업의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정기적 유지 준설도 필수다.

공통적으로는 유럽 최대 최고 항만인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처럼 배후지에 기업을 유치하고 내륙 컨테이너 기지, 복합 철도 운송 서비스를 활용해 효율적인 클러스터를 만들어야 한다.

파나마운하 이야기를 좀 더 하겠다. 운하는 황열병과 빈발한 사고로 착공 후 39년 동안 무려 2만5,000명이 사망했다. 개통 자체는 빛나는 역사지만 그늘이 깊었다. 처음부터 굴착량이 어마어마한 수로식이 아닌 편리한 갑문식으로 결정했다면 개통은 20년 이상 앞당겨졌을 것이고 그런 대참극은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리더의 역할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배준영 인하대 물류전문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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