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자동차 수리 비용 거품 쫙 빼드립니다"

벤처인 Talk! Talk! / 견적 비교 O2O 서비스로 주목받는 이대형 카수리 대표

차량 수리 비용은 천차만별이다. 적정 수준의 가격인지 알 수 없는 소비자들은 다소 비싸다는 생각이 들어도 어쩔 수 없이 지갑을 연다. 이러한 경험을 한 이대형 카수리 대표는 ‘합리적인 수리비용을 위한 비교견적 서비스’를 앞세워 자동차 애프터마켓에 도전장을 던졌다.차량 수리 비용은 천차만별이다. 적정 수준의 가격인지 알 수 없는 소비자들은 다소 비싸다는 생각이 들어도 어쩔 수 없이 지갑을 연다. 이러한 경험을 한 이대형 카수리 대표는 ‘합리적인 수리비용을 위한 비교견적 서비스’를 앞세워 자동차 애프터마켓에 도전장을 던졌다.


자동차는 현대인의 삶을 윤택하게 해주는 필수품임과 동시에 애물단지이기도 하다.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하고 자동차를 구매한 뒤에도 운전자들은 유지·관리를 위해 지갑을 열 수밖에 없다. 이는 자동차의 유지, 보수, 관리를 포함하는 ‘자동차 애프터마켓’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카수리(Carsuri)는 현재 약 120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 국내 자동차 애프터마켓에서 색다른 시도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블루오션으로 불리는 자동차 애프터마켓에 도전장을 내민 이대형 카수리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자동차 수리 시장에는 정가(定價)가 없다. 똑같은 수리를 받아도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그런 까닭에 자동차 수리를 맡긴 사람들은 수리 비용이 적절한 수준인지 알지 못한 채 업체에서 제시한 가격을 지불할 수밖에 없다. 이대형 카수리 대표는 이러한 점에 의문을 품었다. 이 대표는 말한다. “저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몇 년 전 운전 중 사고가 났는데 정비업소에서 과다한 수리 비용을 요구하는 바람에 낭패를 본 적이 있거든요. 이때부터 합리적인 가격에 자동차를 수리할 방법은 없을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대형 대표는 흔히 우리가 접하는 스타트업 창업가와는 조금 다르다. 그는 카수리 창업 전부터 14년간 회사를 운영해온 CEO이자 벤처 기업인이다. 그는 지난 2002년 통신서비스 기업인 델피콤(Delphicom)을 창업했다. 델피콤은 주로 통신사업자에게 부가 서비스를 개발, 납품해왔다. 통화연결음(컬러링)과 국제전화 알림 서비스가 이 대표의 작품이다. 몇 년 전부터는 ‘050’으로 시작하는 통신 연결 서비스를 주력 사업으로 삼았다. 배달통, 요기요, 야놀자, 직방 등의 앱을 통해 소규모 사업자에게 전화를 연결해주는 시스템이 바로 통신 연결 서비스다.

이 대표는 050 서비스 유통 과정에서 접한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의 매력에 푹 빠졌다. O2O 시장의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O2O 시장에 뛰어들기 위한 사업 아이템 개발에 착수했다. 이 대표는 말한다. “사업 아이템을 고민하면서 제가 세웠던 첫 번째 기준은 델피콤의 고객사들과 겹치지 않는 서비스를 내놓자는 것이었습니다. 고객사에 대한 배려도 있었지만 이미 배달 앱, 부동산중개 앱, 숙박 앱 시장은 포화상태라는 판단 때문이었죠. 그러던 중 자동차 분야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차량 공유 외에는 이렇다 할 자동차 관련 O2O 서비스가 없었거든요. 이거다 싶었죠. 망설임 없이 자동차 O2O 서비스를 신규 사업 아이템으로 선정했습니다.”

이 대표는 자신의 계획을 곧장 실행에 옮겼다. 우선 하루가 멀다 하고 자동차 공업소, 세차업체, 자동차 관련 액세서리 업체, 판금·도색 전문점을 찾아다니며 서비스 제휴를 요청했다. 하지만 업체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 대표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상한다. “사실 무엇에 집중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솔직히 제가 자동차 전문가는 아니잖아요. 이것저것 다 해보려고 했어요. 세차부터 시작해서 수리, 점검, 내비게이션 등 자동차와 관련된 모든 분야에서 사업을 해보려고 제휴업체를 찾아다녔는데, 이것이 발목을 잡았죠. 더구나 제휴를 하면 무엇이 이득인지 물어보는 업체들의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을 제공하지도 못했습니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났어요. 결국 해답은 선택과 집중이더라고요. 한 가지만이라도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에 방향을 잡은 것이 바로 ‘정비’ 였습니다.”

정비를 타깃으로 삼은 이대형 대표는 IT 기술과 접목한 O2O 서비스로 발전시키기 위해 기획안 마련에 돌입했다. 그저 유명 정비업체를 앱으로 연결해주는 것만으로는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수리 견적 서비스’였다. 이 대표는 말한다. “수많은 업체가 고객 한 명을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고 가정해봤습니다.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수리 비용에 낀 거품을 스스로 걷어내지 않을까요? 이러한 기대를 하고 카수리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지금까지는 제가 생각했던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어요.”

우선 카수리 서비스의 과정을 간략하게 살펴보자. 사용자는 수리를 원하는 부분의 사진 두 장을 찍어 카수리 앱에 올린다. 사진은 자동차 외부로 한정된다. 사진과 함께 간략한 설명을 곁들이는 것으로 소비자의 준비는 끝난다. 이를 확인한 수리업체는 소비자의 사진과 설명을 토대로 예상 견적을 댓글 형식으로 올린다. 가격과 수리 방식, 기간 등을 최대한 자세하게 올릴수록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이후 소비자는 업체들이 올린 견적을 비교해 원하는 곳을 선정하고 직접 방문해 수리를 받으면 된다.


현재 카수리는 수도권과 지방을 포함해 총 100여 곳의 제휴 업체를 보유하고 있다. 놀라운 점은 같은 수리에 대해 업체들이 내놓은 견적이 대부분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카수리 측에 따르면 소비자는 직접 업체를 방문해 수리받는 것보다 약 20%가량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투명한 견적 비교 시스템이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관련기사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카수리를 이용하는 고객 중 상당수가 수입차 오너라는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 이 대표는 이렇게 설명한다. “수입차 업체들의 매출은 어디서 발생할까요? 당연히 차량 판매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사실은 다릅니다. 차량 판매 후 애프터서비스로 더 많은 수익을 올린다고 하더군요. 동일한 부분의 도색이나 수리임에도 국산차와 비교하면 많게는 5배가량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저희는 이러한 수입차, 특히 무상보증 기간이 끝난 수입차의 애프터마켓을 타깃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재 저희는 기존 수입차 수리업체보다 절반가량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수입 차종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수리업체와의 제휴를 늘려나갈 생각입니다.”

자동차 수리 과정에서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숙련된 정비사의 실력, 투명한 가격, 신속한 대응 등 여러 가지가 떠오른다. 하지만 기본 전제는 따로 있다. 바로 ‘신뢰’다. 소비자가 업체를 신뢰하지 못한다면 결코 자신의 자동차를 맡기지 않을 것이다. 사실 기자도 이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며 카수리의 서비스가 새롭다는 것에는 동의했지만 ‘과연 내 차를 맡길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는 확실한 대답을 하기 어려웠다. 이 대표 역시 기자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 대표는 말한다. “업체와의 제휴는 매우 꼼꼼한 검증 과정을 거쳐 진행됩니다. 우선 온라인상에서 제휴 후보 업체의 인지도와 평판을 확인한 후, 직접 찾아가 시설을 살펴봅니다. 일련의 과정을 거쳐 선정된 제휴업체는 이후에도 사용자의 리뷰에 근거해 지속적으로 저희의 관리를 받게 됩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아직 소비자들의 항의가 많지 않다는 점이에요. 앞으로도 꾸준한 업체 관리를 통해 소비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입니다.”




이 대표는 카수리를 종합 ‘자동차 애프터마켓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시키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갖고 있다.이 대표는 카수리를 종합 ‘자동차 애프터마켓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시키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갖고 있다.


카수리의 이 같은 노력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서비스 출시 이후 카수리를 활용해 비교 견적을 받은 사용자는 약 13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 중 실제 수리로 이어진 건수는 약 4,000여 건이다. 자동차 수리가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님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수치다.

최근 카수리는 또 한 번의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찾아가는 출장 엔진오일 교체 서비스인 ‘런오일(Run Oil)’을 오픈한 것이다. 런오일은 소비자가 요청하는 장소, 원하는 시간에 전문 매니저가 직접 찾아가 소모품을 교환해주는 프리미엄 출장 서비스다. 시간적 여유가 없어 엔진오일 등 자동차 소모품 교환이 어려운 바쁜 현대인의 편의를 돕겠다는 것이 런오일 서비스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이 대표는 말한다. “런오일은 카수리가 종합 자동차 애프터마켓 전문 업체로 도약하기 위해 마련한 비장의 카드입니다. 자동차 수리와 달리 오일 및 소모품 교체는 3~6개월 간격으로 이뤄집니다.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수리 견적 서비스보다 안정된 수익모델이 될 수 있죠. 런오일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엔진오일 교환뿐 아니라 타이어 공기압 및 배터리 점검, 워셔액 보충과 같은 간단한 관리도 무료로 받을 수 있습니다. 이미 런오일을 사용한 고객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고 해요. 저희로서는 기분 좋은 상황이죠.”

특히 기존 수리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리 견적 서비스와 달리, 런오일은 카수리가 직접 담당 인력을 채용해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다. 카수리는 내년 상반기까지 런오일 담당 인력을 현재 3명 수준에서 10명까지 늘리고 하반기에는 프랜차이즈 형태의 사업모델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런오일 서비스의 당면과제는 고객 1,000명 유치”라며 “1,000명의 고객을 확보해 이를 기반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서비스를 고도화해 카수리의 대표 수익모델이자 주력 사업으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형 대표는 런오일 서비스가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내후년부터 또 다른 도전에 나설 계획이다. ‘스마트한 자동차 관리 플랫폼’ 구축이 바로 그것이다. 이 대표는 말한다. “저희는 궁극적으로 카수리 앱을 자동차 관리의 모든 것을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성장시키고자 합니다. 현재 계획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자동차 내 전자 제어기의 진단정보를 관리하는 OBD2(On Board Diagnostics2) 시장 진출입니다. OBD2는 엔진 속도, 배터리 전압, 냉각수 온도, 연료 소모량 등 기본적인 자동차의 정보뿐 아니라 가속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의 밟음 정도 등 운전자의 주행 습관까지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죠. 저희는 이 같은 정보를 카수리 앱과 연동시켜 스마트폰을 통해 자동차와 운전자의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할 생각입니다. 이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아이디어가 머릿속에 있어요. 이 모든 것이 현실화된다면 국내 자동차 애프터마켓에서 카수리가 확고한 리더의 위치에 오를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김병주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