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현대경제硏 "현재 원화가치 3.9% 더 비싸다"

균형환율 보다 고평가...절상률도 최고 수준

美실물지표 저조 땐 1,080원선까지 갈수도



최근 원화의 통화가치가 균형환율보다 더 비싸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가 신용등급 상향 등으로 원화와 국내 유가증권시장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이 늘면서 원화 가치의 절상률도 주요국 대비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9월 미국의 금리 인상 기대감이 희박해진 만큼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지선’인 1,090원대 밑으로 추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8일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원·달러 환율 동향 및 균형환율 추정’ 보고서를 통해 9월 평균 원·달러 환율(1~7일)이 1,107원90전으로 균형환율(1,153원) 대비 3.9% 고평가돼 있다고 분석했다.


균형환율이란 한 국가의 기초경제 여건을 반영해 대외 부문과 대내 부문의 균형을 달성하는 환율 수준을 의미한다. 현대연은 지난 2002년 1·4분기에서 2016년 2·4분기까지 원·달러 환율, 한미 간 금리 스프레드와 상대적 서비스물가, 상품교역조건지수, 순해외자산, 한국 외화채권 5년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등을 통해 추정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3·4분기부터 올해 2·4분기까지 균형환율 대비 저평가 기조를 이어왔지만 올해 3·4분기(평균 환율 1,124원30전) 들어 균형환율 대비 2.5% 고평가 기조로 돌아섰다.


조규림 현대연 선임연구원은 “선진국 대비 높은 금리 수준과 안정적인 투자환경, 달러 대비 원화 강세 예상 등으로 원화에 대한 캐리트레이드 지수가 높아졌고 국내 증권시장에서도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가 확대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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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의 절상률은 주요국과 대비해서도 최고 수준이다. 6월 평균 환율 대비 8월 평균 환율을 비교하면 원화의 절상률은 5.1%로 브라질 헤알화(6.9%) 다음이었다. 엔화(4.4%), 대만달러(2.5%), 싱가포르달러(0.5%) 등 주요 수출 경쟁국과 비교해도 절상률이 컸다.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당분간 1,090~1,100원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당분간 원화 강세 압력이 이어지겠지만 당국이 1,090원을 심리적 저지선으로 설정한 만큼 이를 전후해 나오는 차익실현 매물로 원·달러 환율이 오르내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이날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15원20전의 급락을 딛고 전일 종가 대비 2원60전 오른 1,092원60전에 거래를 마감했다.

조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9월 금리 인상이 어려워졌고 외국인 자금 유입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원·달러 환율은 1,100원선 아래위로 움직일 것”이라며 “연말 미국 금리 인상 얘기가 다시 나오면 그때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추석 연휴 기간에 발표되는 미국의 실물지표가 예상보다 저조할 경우 1,080원선까지 떨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박상우 NH선물 연구원은 “20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원·달러 환율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다만 그전에 줄줄이 발표되는 산업생산·소매판매·소비자물가 등 실물지표가 안 좋게 나올 경우 추석 연휴가 끝나고 원·달러 환율이 1,080원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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