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의료인의 의료기관 복수 개설·운영 금지 - 반대

김종식 법무법인 신앤유 변호사

양질의 진료 저렴하게 받을 기회 막아

의사 한 명이 병원 한 곳만 개설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규제하고 있는 현행 의료법에 대한 위헌 여부가 이달 중 결정될 예정이어서 귀추가 집중되고 있다. 지난 2011년 ‘반값 임플란트’로 파란을 일으킨 이른바 ‘네트워크 병원’ 규제를 위해 만들어진 법으로 두 곳 이상의 병원을 개설하거나 운영에 참여할 경우 형사 처벌하도록 해 최근 3~4년 동안 의료계를 뜨겁게 달궈왔다. 찬성론자들은 폐지할 경우 의료인의 영리추구를 부추겨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지고 궁극적으로 국민의 건강권·생명권을 침해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입법 목적이 정당하지 못하고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어 위헌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찬반 주장을 게재한다.






의료인의 복수 의료기관 개설을 금지한 의료법(제33조 제8항) 자체는 1994년 도입됐다. 그리고 대법원 판결로 의료인의 복수 의료기관 개설의 허용 범위와 한계가 정립돼왔다. 즉 의료인이 복수 의료기관에서 진료행위를 하는 것은 금지하되 다른 병원의 경영에만 참여하는 행위는 적법한 것으로 인정됐고 많은 네트워크 형태의 병원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해왔다.

그런데 대법원에서 종전 적법하다고 인정하고 있었던 ‘다른 병원의 경영에만 참여하는 행위’까지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핵심인 현행 복수 의료기관 개설 금지 조항의 등장으로 네트워크 병원 관계자들은 형사소송과 행정소송(요양급여환수처분 취소소송)에 휘말리게 됐다. 결국 관련 의료법 조항 자체가 위헌적 법률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돼 위헌법률심판제청 사건 및 다수의 헌법소원심판 청구 사건이 헌법재판소에서 심리되고 있다.



합헌론과 위헌론의 다양한 견해가 있다. 필자는 의료인의 복수 의료기관 개설 금지 조항이 전형적인 위헌법률에 해당된다고 본다.

현재 조항은 △입법 목적이 정당하지도 못하고 △기본권을 제한하는 수단이 적절하지도 못하며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고 △공익과 사익의 균형도 갖추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신뢰보호 원칙, 명확성의 원칙, 평등권 등 헌법상의 제 원칙을 무시하고 있다.


사실 조항의 입법 목적이 의료의 공공성 확보인지 개원의들의 경제적 이익 보호인지 명확하지 않다. 심지어 조항이 특정단체에 의한, 특정단체를 위한 입법이라는 의심까지 불러일으킬 정도라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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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 의료기관 개설 금지 조항에 찬성하는 측은 입법목적이 의료의 공공성, 즉 유인행위·과잉진료·위임치료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환자유인행위는 전체 의료기관의 문제로 네트워크 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과잉진료 역시 전체 의료기관의 문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심사와 진료비확인시스템 등을 통해 이미 걸러지고 있다. 그리고 위임치료는 소위 무면허의료행위 문제로서 이미 의료법(제27조 1항, 제87조, 제91조)에 처벌규정이 존재하고 있는데 이 조항으로 위임치료를 막을 수 있다는 근거도 없다. 결국 이 같은 입법 목적을 달성한다는 의미에서는 복수 의료기관 개설을 금지하는 것이 적절한 수단이 되지 못한다.

외국의 입법례를 보더라도 미국·일본 등 대부분 국가들이 복수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대만 정도가 이를 금지하고 있으나 대만 또한 개설만 금지할 뿐 중복운영은 금지하고 있지 않다.

또한 약사법 등과는 달리 복수 의료기관 개설에 대해 징역형까지 규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격정지·환수처분 등 각종 행정처분이 뒤따르고 있어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도 위반된다.

최근 서울대병원의 분원 설치 또한 복수 의료기관 개설 금지 조항에 위반된다는 일부 지적에 문제가 되고 있는 것처럼 현행법상 의료법인 등과 비교해 의료인의 복수 의료기관 개설만을 금지하는 것은 평등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볼 수 있다.

복수 의료기관의 ‘운영’의 의미가 무엇인지, 다양한 네트워크 의료기관의 유형이나 협업 형태 가운데 어디까지가 합법이고 어디부터 불법인지 불명확하다. 의료법 자체에서는 어떠한 기준도 정해져 있지 않고 보건복지부조차 구체적인 하위규정을 제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급심 법원에서도 그 해석이 엇갈리고 있는 만큼 헌법상 명확성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할 수 있다.

현행 의료법 조항은 헌법상 신뢰의 원칙에도 위반된다. 즉 의료법을 개정하면서 시행일을 공포일로부터 6개월 후로 정했는데, 고작 6개월 만에 20년 넘게 적법하게 운영되던 네트워크 병원의 구조를 개선하라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그간의 법적 신뢰를 현저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반값 임플란트를 시장에 성공시킨 유디치과 사례에서 보듯이 네트워크 병원은 진료비를 인하할 수 있어 서민들이나 소외계층에게 치료 기회를 넓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네트워크를 이용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지방에서도 누릴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임상 노하우를 축적시키는 등의 순기능도 갖고 있다. 이러한 네트워크 병원이 우리 사회에 기여하는 여러 가지 순기능을 발현할 기회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현행 의료인의 복수 의료기관 개설 금지 조항은 위헌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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