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폐쇄형 펀드로 흥행 여부가 주목되던 메리츠자산운용의 ‘메리츠베트남’이 최소 모집액 500억원을 달성했다. 일반 공모펀드의 자금 이탈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단 5일 동안의 모집액으로 적지 않은 규모지만 메리츠가 기대했던 1,500억원에는 못 미쳐 ‘절반의 성공’이라는 지적도 들려온다.
9일 메리츠 베트남 펀드 판매 마감 결과 투자금액이 6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펀드는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5일 동안 투자금을 모집한 후 12일 설정될 예정이다. 12일에도 자금 모집은 가능하지만 600억원대에서 크게 불어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월가 출신의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지난달 22일부터 1일까지 서울·대구·부산 등 전국 각 지역에서 직접 펀드 설명회를 진행하면서 “모집액이 500억원 이하면 설정을 취소하고 반대로 1,500억원 이상의 자금은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의 반응은 다소 엇갈린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신규 설정 후 한 달 동안 100억원도 못 모으는 펀드가 부지기수여서 500억원도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는데 역시 존 리 대표의 네임밸류가 통한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메리츠베트남은 10년 동안 환매가 제한되는 폐쇄형 펀드라는 제약도 있다.
반면 ‘존 리 마케팅’의 효과가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메리츠베트남 펀드가 출시됐다면 1,500억원이 거뜬했을 수도 있지만,올해는 이야기가 다르다”고 지적했다.
메리츠자산운용은 지난해 열풍을 일으킨 ‘메리츠코리아’ 펀드로 2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쓸어모았다. 하지만 올 들어 메리츠코리아 펀드의 수익률이 -16% 가까이 내려가면서 투심(投心)도 멀어졌다.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메리츠베트남 펀드의 설명회에서 존 리 대표에게 “메리츠코리아 펀드의 수익률은 언제 회복되는 것이냐”고 따져 묻는 투자자들이 등장했을 정도다.
한편 일각에서는 ‘베트남 쏠림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 설정된 149개 베트남 펀드(시리즈 펀드 포함) 중 87개가 올 들어 설정됐다. 유행처럼 특정 펀드가 설정되고 자금이 모이는 쏠림 현상이 여전하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