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는 어려울수록 신중하게 말하는 법을 학습해야 한다. 욱하는 마음을 자제하고 직원들에게 전달하는 단어 하나에도 품위를 담아야 한다.
가십(gossip)은 어느 조직에나 존재하며 누구나 가십의 피해자이자 가해자일 수 있다. 그만큼 인간관계에서 빠질 수 없는 소통의 한 형태가 바로 가십이다. 가십은 양면성을 갖고 있다. 가십을 건강한 조직의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는 관점도 있고, 어수선한 조직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드는 소모적 갈등의 한 행태로 해석하는 관점도 있다. 그러나 가십의 다른 표현이 ‘뒷담화’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가십을 부정적 관점으로 해석하는 것이 더 설득력을 갖는다.
특히 변화를 겪고 있는 조직에서 가십은 더욱 활성화된다. 변화는 늘 불확실성을 동반하고 불확실성은 직원들의 불안감을 증가시킨다. 불안한 직원들은 생존을 위해 본능적으로 은밀한 정보에 먼저 귀를 기울이게 되고, 그 과정에서 조직과 리더 혹은 동료에 대한 가십에 거리낌없이 동참하게 된다. 확인되지 않은 가십은 직원 간에 전달되는 과정에서 왜곡되거나 과장되어 조직의 에너지를 불필요하게 허비하는 일을 빈번히 발생시키고, 나아가 가십은 소문에 그치지 않고 하나의 믿음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따라서 조직의 안정을 위해 밝히지 않았던 경영자의 변화 노력들이 가십으로 인해 오히려 조직 내 갈등과 오해를 키우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그래서 경영자는 조직의 가십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이러한 직원들의 가십보다 더 위험한 것이 바로 ‘리더의 가십’이다. 직원들의 가십은 말 그대로 뒷담화 수준일 수 있다. 그러나 리더의 가십은 직원들의 가십을 초월한다. 리더가 던지는 가십은 그 무게부터 다르다. 개인 차는 있겠지만 직원과 달리 리더는 더욱 많은 고급정보를 확보하고 있을 것이란 믿음 때문에 리더의 가십은 진실 확인과 상관없이 사실로 이해될 수 있다. 따라서 리더의 가십은 더 위험할 수 있다.
요즘처럼 조직의 변화가 급격하고 빈번하게 발생하는 시기에는 리더가 먼저 흔들릴 수 있고, 흔들린 리더의 불안한 감정은 공격적인 가십으로 표출할 가능성 또한 커졌다. 그것도 습관적으로 말이다. 리더의 습관적인 가십은 품위도 없지만 직원들에게는 소음에 지나지 않는다. 때로는 직원들을 압박하기 위해 협박에 가까운 가십을 쏟아내거나 확실하지도 않은 정보를 여과 없이 과시하듯 밝힘으로써 혼란을 자극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특정 조직이나 인물에 대한 편애를 조직의 의도로 포장해서 표출하는 등의 가십은 직원들의 관심은 끌어낼 수 있겠지만 존경 받을 만한 일은 결코 아니다. 그렇다면 리더의 가십이 더 위험한 구체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파급효과가 크다. 리더는 한 조직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따라서 리더의 말은 곧 조직의 말이 될 수 있고, 리더의 말은 고스란히 직원들에게 진지하게 해석되고 판단된다. 특히 리더의 가십에는 직원들이 접근할 수 없는 조직의 숨겨진 의도가 담겨 있다고 믿기 쉽기 때문에 직원들은 리더의 가십에 집중한다. 직원들 입장에서 조직의 의도란 자신에게 곧 닥칠 기회나 위협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리더의 가십은 ‘묻지마 정보’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리더의 가십이 더 위험한 한 가지 이유다.
둘째, 조직 내 갈등을 촉발한다. 가십에는 늘 피해자가 있기 마련이다. 물론 리더의 가십으로 이득을 보는 조직이나 직원도 있겠지만 그 반대인 경우도 허다하다. 행여 자신이 가십의 대상이 되거나 억울한 피해를 보지 않을까 염려하는 마음에서 누구나 리더의 가십에 촉각을 세운다. 만약 리더가 언급한 가십에 자신이 연계되어 있다고 판단되면 억울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원인 제공자에 대한 심리적 혹은 물리적 응징에 집중하게 되어 결국 조직 간 혹은 직원 간 갈등을 심각한 수준으로 촉발하게 된다. 이러한 리더의 철없는 가십은 직원들에게 학습되어 조직 내 부정적 가십을 더욱 활성화시킴으로써 조직을 정치가 판치는 전쟁터로 만들기도 하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전쟁터 말이다.
셋째, 조직과 리더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킨다. 리더의 가십은 일종의 ‘갑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리고 리더란 이유만으로 공격적이고 저급한 감정을 신중하지 못하게 표출하는 가십이라면, 이는 곧 직원들의 분노를 사게 되고 리더에 대한 분노는 조직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직원들 가슴에서 리더가 사라지면 조직도 사라지는 법이다. 따라서 직원에게 상처를 주는 리더의 가십은 조직에게도 상처를 주는 동등한 효력을 갖는다.
그렇다면 리더의 가십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긍정적인 방향으로 리더의 가십을 이용할 수는 없을까? 세상에 존재하는 문제에는 반드시 해법도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리더는 자신의 개인적인 감정에 치우친 가십을 변명하기보다는 조직을 위해 긍정적인 영향을 선사해줄 건강한 가십의 지혜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앞서 리더의 가십이 더 위험한 이유에 대한 나름의 해법을 생각해봤다.
첫째, 리더는 어려울수록 신중하게 말하는 법을 학습해야 한다. 욱하는 마음을 자제하고 직원들에게 전달하는 단어 하나에도 품위를 담아야 한다. 영리해진 직원들은 리더의 가십을 통해 정보만 취할 뿐 품위가 없는 리더에겐 관심 없다. 또한 리더는 자신의 말에 대한 검증 과정을 가져야 한다. 직원들이 리더의 말을 오해하거나 진정성을 의심할 수 있는 요인과 표현들을 미리 제거하기 위해 유능하고 신뢰할 만한 측근들과 먼저 조심스럽게 협의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리더는 개인이기 전에 조직의 안정과 신뢰를 책임지는 조직의 대표이기 때문에 말 한마디에도 전략을 담고 있어야 한다.
둘째, 긍정적 협력을 이끌 수 있는 방향으로 리더의 말을 포장할 줄 알아야 한다. 조직에서 갈등이란 불가피한 현상이다. 자원도 불충분하고 자리도 부족한 것이 조직이다. 시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때 아름다운 목적을 담은 건강한 가십을 통해서 직원들이 서로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 상호 협력적 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조정 역할을 해야 한다. 행여 ‘현실의 어려움’을 빙자하여 부정적이고 부질없는 가십을 리더가 먼저 떠들면 갈등만 키울 뿐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질 않는다. 따라서 리더는 조직 간 혹은 직원 간 서로에 대한 긍정적인 협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셋째, 리더와 조직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원칙에 근거한 의도를 일관성 있게 보여주어야 한다. 리더의 말은 직원들이 더 잘 기억한다. 자신의 리더가 언제 어디서 무슨 말을 했는가를 정확히 알고 있다. 리더의 말에는 영향력이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리더는 말로 조직을 이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리더가 자신의 말에 책임을 다하면 직원들은 그 리더를 신뢰할 것이고 리더를 신뢰하면 조직도 신뢰하게 된다. 이 관계는 수많은 경영학계 실증 연구에서도 이미 검증된 바 있다. 따라서 리더는 속에 있는 말을 다 내뱉는 것만이 진정성 있는 리더가 아니라 조직과 리더에 대한 직원들의 신뢰를 훼손시키지 않는다는 원칙을 기반으로 소통해야 한다.
리더의 힘겨움을 누가 모르겠는가? 리더는 완벽한 존재가 아니다. 그러나 리더는 직원과 조직을 위해 자신의 감정을 양보할 줄도 알아야 하고 직원들의 정당한 요구와 원망에 대해서 항복할 줄도 알아야 한다.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이렇게 하지 않으면 더 어려워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신제구 교수는…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겸 국민대학교 리더십과 코칭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며 국내 주요 기업 등에서 리더십, 팀워크, 조직관리 등에 대해 강연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대한리더십학회 상임이사, 한국리더십학회 이사 등을 맡고 있으며, 크레듀 HR연구소장, KB국민은행 연수원 HRD컨설팅 팀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