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조선해운 구조조정 청문회, 최은영 전 회장의 눈물

국회 조선·해운 구조조정 청문회 마지막 날인 9일은 ‘최은영 청문회’를 방불케 하는 분위기였다. 이날 증인으로 나온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현 유수홀딩스 회장)은 남편인 조수호 전 회장이 작고한 뒤 2007년 3월부터 2014년 4월까지 7년간 한진해운 최고경영자를 맡았던 인물. 전날 ‘맹탕 청문회’ 비판을 의식한 청문위원들이 초반부터 매서운 질문 세례를 퍼붓자 최 전 회장은 수차례 눈물을 보였다. 첫 질의에 나선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은 최 전 회장을 향해 “가라앉는 세월호를 버리고 떠난 선장에 비유된다”며 “퇴직하며 퇴직금 52억원을 받고, 자율협약 직전에 잔여주식 97만주를 매각했다. 재임기간 보수만 253억원을 챙겨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최 전 회장은 “계열분리와 공정거래위원회 권고에 따라 (지분을) 매각했으나 자율협약을 알고 판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의원이 경영 책임을 추궁하며 사재 출연 용의를 묻자 최 전 회장은 “사임할 때까지 2584일간 임직원과 함께한 나날들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 경영자로서 도의적 책임을 무겁게 느끼고 있다”면서 “사회에 기여할 방안에 대해 고심하고 있고, 주변에 조언을 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 전 회장은 한진해운 회생 가능성에 대해선 “경영에서 물러난 지 2년9개월이 흘렀고 지금은 어떤 힘도 없기 때문에 회생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앞으로 30~40년이 걸려야 이런 회사가 하나 나올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한진해운이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최 전 회장의 눈물에도 민병두·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수홀딩스가 보유한 사옥의 연간 임대료가 140억원에 달하는 점을 들어 사재 출연 의사를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이에 대해 최 전 회장은 “6개층을 쓰는 한진해운 임대료가 몇 달째 밀려 있어 고통 분담을 같이하고 있다”면서 “유수홀딩스는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어 제 개인 자산이 아니다. 가족 간에 나눠가진 것이 아니라 2009년 지주회사 설립 때 적법한 과정으로 분할한 것”이라고 대답했다. 사재 출연 ‘의사’가 있다고 밝혔을 뿐 구체적인 방안은 끝까지 밝히지 않은 것.


또 지분 매각 시 회계법인에서 자율협약과 관련해 사전 정보를 입수했냐는 질문에는 “없다”고 단호하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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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최 전 회장은 한진해운 사태에 대해 “비통하다”며 도의적 책임은 적극 인정했으나 경영 실패 원인을 밖에서 찾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제가 집에만 있다가 나와서 전문성은 많이 부족했다”면서도 “고유가와 운임 하락, 물동량 감소 등으로 해운산업이 60년 만에 최대 불황이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최 전 회장이 수차례 눈물을 흘렸지만 의원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박명재 새누리당 의원은 “회한의 눈물이냐, 사과의 눈물이냐”고 물었고 최 전 회장은 “둘 다 있다”며 또 눈물을 흘렸다. 그러자 박용진 더민주 의원이 “재벌의 천박한 사적 지배와 도덕적 해이의 극치”라며 “마음 아프고 검찰수사가 힘들겠지만 울지 마라. 국민과 노동자는 피눈물을 흘린다”고 비난했다.

한편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이날 청문회에서 한진해운의 회생 가능성과 관련해 “세계 7위 해운사이자 국적 1위 해운사가 이렇게 된 것은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당장 화주의 피해 문제와 해운산업 구조조정 원칙은 분리해서 봐야 한다. 불확실한 한진해운을 국민 세금으로 가져가며 집착하는 것은 고민해볼 문제”라고 전했다.

반대로 한진해운의 청산 가능성에 대해 의원들이 묻자 “법원으로 넘어가고 나면 청산이냐 회생이냐 저희가 결정하지 못한다”며 “송구스럽게도 분명한 답을 정부가 내릴 수 없다”고 말했다.

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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