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北 5차 핵실험] 美, 전술핵무기 한국에 재배치 가능성…사드도 속도낼 듯

[역대 최고수위 대북제재 나오나]

朴대통령 "사드 반대 등 대안없는 정치공세 벗어나야"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고강도 대북 제재안 논의

금융동결 확대 등 2270호 뛰어넘는 조치 나올수도

황교안 국무총리가 라오스를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을 대신해 9일 청와대 내 국가위기관리상황실에서 북한의 핵실험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황교안 국무총리가 라오스를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을 대신해 9일 청와대 내 국가위기관리상황실에서 북한의 핵실험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북한이 지난 1월 이후 8개월 만에 5차 핵실험에 나서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는 금융동결 대상 확대 등을 포함한 역대 가장 강도 높은 대북제재 결의안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핵우산 제공’을 직접 언급하며 북한에 대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동안 논란의 중심에 있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역시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핵우산’ 재차 약속…전술핵무기 재배치되나=박근혜 대통령은 9일 귀국 직후인 오후8시30분께 청와대에서 안보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며 신속하게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8개월 만에 핵실험을 단행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향해 “권력 유지를 위해 국제사회와 주변국의 어떠한 이야기도 듣지 않겠다는 김정은의 정신상태는 통제불능”이라며 맹비난했다. 지금까지 나온 발언 중에는 최고 수위의 비난발언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박 대통령은 또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오전10시(현지시각) 오바마 대통령과 15분간 긴급 전화통화한 내용도 직접 소개하면서 ‘핵우산 제공’ 등 한미 협력이 공고함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우리 군은 국민들이 우려하지 않도록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즉각 강력히 응징할 수 있도록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하라”며 “국가비상체제와 같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상시 비상체제를 유지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북 핵실험으로 사드 배치에 대한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끊임없는 사드 반대와 같은 대안 없는 정치 공세에서 벗어나 우리가 취할 기본적인 것들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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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이 북 5차 핵실험을 강도 높게 비난하면서 미국의 ‘3대 핵우산’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의 3대 핵우산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탑재된 핵잠수함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B-52 전략폭격기다. 3대 핵우산은 영향을 끼치는 범위가 광범위한 ‘전략핵무기’에 해당한다. 일부에서는 주변국들의 우려를 감안해 전략핵무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작은 위력을 지닌 ‘전술핵무기’를 국내에 재배치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주한미군에 배치됐던 전술핵무기는 노태우 정부 때인 1991년 모두 철수됐다. 한미 양 정상은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강력한 결의 채택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사용해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압박하기로 합의했다.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3월 결의안 뛰어넘는 제재 나올까=유엔 안보리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9일 오후(현지시간) 긴급회의를 열고 제재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6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내용의 언론성명을 채택한 지 사흘 만에 북한의 핵실험이 이뤄진 만큼 강력한 수준의 제재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유엔 안보리는 4차 핵실험 이후 3월 제재 결의안 2270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한 바 있다. 핵·미사일 관련 단체(12곳)와 개인(16명)의 해외자산을 동결하고 북한 은행의 해외지점을 폐쇄시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당시 서맨사 파워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지난 20년 이래 가장 강력한 제재안”이라고 평가했을 만큼 전방위적인 제재 내용을 포함시켰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날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외교 수장들과 잇달아 전화통화를 하고 추가적인 대북제재 조치를 논의했다. 윤 장관은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가진 15분간의 통화에서 중국 및 러시아가 대북 추가 제재에 함께하도록 노력하기로 했으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과 안보리 제재안 2270호를 넘어서는 추가 조치를 강구하기로 했다. 특히 다음주 뉴욕에서 미국과 외교장관회담을 갖고 긴밀한 협력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북한 국영기업이 중국 기업으로 위장해 중국과 거래하는 것을 차단하고 민생용 대북 석탄 거래를 통제하는 방안 등도 제재 논의에 포함될지 주목된다. 또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제재 대상국과 거래하는 제3국도 제재하는 것)’도 시작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사드 배치 주장도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국민들과 정치권의 협조와 현실적으로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해 긴장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라며 “끊임없는 사드 반대와 같이 대안 없는 정치 공세에서 벗어나 이제는 북한의 공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취할 기본적인 것들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에 준하는 자세로 북한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국내 불순세력이나 사회불안 조성자들에 대한 철저한 감시 등 국민들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도록 하기 바란다”며 정부에 군에 지시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과 관련, “북한이 사변적 조치를 운운하면서 추가적인 도발을 예고하고 있으며 그러한 도발은 사이버테러, DMZ(비무장지대)나 NLL(북방한계선)에서의 국지도발, ICBM 발사 등 어떠한 형태로 나타날지 모른다”고 상황의 엄중함을 강조했다. 원유철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성명을 통해 “한미 당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으로 사드 배치를 결정했는데 이를 반대한 중국은 이번 핵실험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리 가드너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태소위원장도 “북한의 핵무기·탄도미사일 기술이 빠르게 발전함에 따라 동맹과 함께 공격을 막기 위해 긴밀히 협력할 것이며 사드의 한국 배치를 서두르고 한미일 3각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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