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한진해운 지원 자금 600억원에 대한 안건 처리를 또다시 연기했다. 대한항공 사측과 사외이사 간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진해운발(發) 물류대란을 막기 위해 결자해지에 나선 한진그룹이지만 이사회 갈등으로 지원 시점이 불투명해지면서 물류 피해는 더욱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9일 한진그룹에 따르면 대한항공 이사회는 한진해운 자금지원과 관련해 이틀째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지만 결국 결론을 내지 못하고 다음날로 결정을 미뤘다. 벌써 두 번째다. 앞서 대한항공 측은 지난 8일 첫 긴급 이사회를 열고 미국의 롱비치터미널 등 해외 터미널 지분 매각 및 대여금 채권을 담보로 한 자금 융통에 대한 안건을 통과시키지 못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회사와 사외이사들 간에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으나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내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며 “조양호 회장의 사재 출연은 늦어도 13일까지 집행할 수 있도록 추진 중”이라고 했다.
한진그룹은 지난 6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재 400억원을 포함해 총 1,000억원을 자체 조달해 한진해운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진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은 한진해운이 지분 54%를 보유한 자회사 TTI가 운영하는 해외 터미널 지분과 채권 등을 담보로 600억원을 대여하는 방식으로 한진해운을 돕기로 했다. 조 회장이 출연하기로 한 사재 400억원은 한진칼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통해 충당할 것으로 전해졌다. 조 회장은 현재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 주식 1,054만344주(17.81%)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긴급 자금 투입이 늦어지면서 물류대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진해운에 따르면 8일 오후5시 기준으로 운항 선박 128척 중 89척(컨테이너선 73척·벌크선 16척)이 26개국 51개 항만에서 정상 운항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 선박에는 8,000여곳 화주의 40만개 컨테이너, 약 140억달러(약 15조원)의 화물이 실려 있다. 220여개 수출 기업의 1억달러어치 화물이 운송에 차질을 빚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