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통화완화정책 끝나나…요동치는 글로벌 금융시장

연준위원들 금리인상 지지 시사

美 주가 폭락·국채금리 급등

ECB 추가완화 기대 꺾이자

독일 국채 금리 플러스 전환

신흥국 긴축발작 조짐 우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통화완화정책 기조에서 발을 빼고 있다는 관측이 확산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당분간 추가 완화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실망감이 팽배한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기준금리 인상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9일(현지시간) 미국과 독일 등의 국채 금리는 가파르게 치솟고 뉴욕증시의 주가지수는 2% 이상 곤두박질쳤다. 시장에서는 하락 행진을 이어온 국채 금리가 상승 흐름으로 돌아서는 것 아니냐는 전망과 함께 지난 2013년 ‘긴축발작(taper tantrum)’ 재연에 대한 우려도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9일(현지시간)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전날보다 0.08%포인트 높은 0.02%까지 오른 뒤 0.01%에 거래를 마쳤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는 7월15일 일시적으로 0.05%를 기록한 후 처음으로 플러스로 돌아선 것으로 6월23일 영국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국민투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의 10년물 국채 금리도 0.08% 포인트 오른 1.68%로 브렉시트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날 증시도 요동쳤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전날보다 2.13% 하락한 1만8,085.45에 거래를 마쳤으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2.5% 안팎의 하락폭을 보였다. 유럽과 신흥국 주가도 줄줄이 하락해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세계지수는 2.1% 떨어졌다.




전날 ECB 통화정책회의 이후 실망감에 휩싸였던 금융시장을 이날 또다시 강타한 것은 미 연준 위원들이다.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상공회의소 조찬 연설에서 “지금까지 발표된 지표를 기반으로 볼 때 통화정책을 점진적으로 정상화시킬 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다”며 금리 인상 지지를 시사하는 인상을 줬다. 대니얼 타룰로 연준 이사도 미 CNBC 방송에 출연해 기준금리 인상 전 물가 상승의 증거를 더 확인해야 한다면서도 올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여기에 비둘기파인 레이얼 브레이너드 이사가 12일 예정에 없던 연설 일정을 잡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장의 불안감을 키웠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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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더슨글로벌인베스터스의 미툴 파텔은 “중앙은행들이 전반적으로 조금씩 매파 성향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채권왕’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투자책임자(CIO)도 미 연준이 시장으로부터 독립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결심을 한 것 같다며 21일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제기했다. 시장에서는 일본은행(BOJ)의 양적완화도 한계에 직면했다는 관측과 함께 일본 국채 금리 역시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의 추가 완화에 대한 의구심과 함께 신흥시장도 출렁이기 시작했다. 이날 신흥시장 주가지수가 2%가량 빠지고 남아공 랜드화 등의 통화가치도 약세를 나타냈다. 시장에서는 2013년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를 시사한 후 신흥국 주식·채권·통화가치가 급락한 ‘긴축발작’ 재연에 대한 언급도 나오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수년간 이어졌던 국채시장의 호황 기류가 전환점을 맞았다는 시각도 나온다. WSJ는 중앙은행이 전면에서 후퇴하는 대신 정부가 재정정책으로 경기부양의 총대를 메게 되면서 국채 가격이 앞으로도 하락세(금리 상승)를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투자자들이 국채 가격 하락에 베팅하면서 8일까지 한 주 동안 세계 국채 시장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19억달러로 6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아직은 미국의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전망과 함께 최근의 변동성이 마이너스 금리라는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극도로 예민해진 투자심리를 반영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핌애셋매니지먼트의 헤르타 알라바 신흥시장 헤드는 “글로벌 통화정책은 아직까지 확장 기조”라며 “지금의 현상을 턴어라운드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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