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90세에도 아름다운 연주하고파” 내한 日바이올리니스트 ‘쇼지 사야카’

23일 서울시향·27~29일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무대

“서울 시향, 뛰어난 오케스트라”, “손열음과 함께 무대 오를 날 손꼽아 기다려”



다들 포기하라고 했다. 오페라 가수가 꿈이라던 네 살 꼬마에게 돌아오는 것은 “너의 목소리는 예쁘지 않다”는 말뿐이었다. ‘예쁘지 않은 목소리’를 대신할 무엇인가를 찾아 나선 소녀. 그의 눈에 들어온 게 바로 바이올린이었다. 다섯 살 어린 나이에 손에 쥔 작은 악기는 그렇게 ‘세계 무대를 사로잡은’ 바이올리니스트 쇼지 사야카(33·사진)의 평생 친구가 되었다.

일본을 대표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쇼지 사야카가 한국 관객과 만난다. 오는 23일 서울시립교향악단과의 협연에 이어 27~29일 피아니스트 손열음과의 듀오 리사이틀 무대에 서는 그는 서울시향·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2005년 정명훈의 지휘로 도쿄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서울에서 협연한 뒤 11년 만에 한국 무대에 서게 됐다”며 “서울시향·손열음과 함께 공연을 펼치게 돼 기대가 크다”고 소감을 전했다.


쇼지는 지난 1999년 최연소(16세)로 국제 파가니니 콩쿠르 우승을 거머쥐며 스타덤에 올랐고 주빈 메타가 주도한 이스라엘필하모닉과의 협연 음반으로 화려하게 데뷔해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번 내한에서 쇼지는 서울시향과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 협주곡 2번을 협연한다. 이 작품은 그가 19세가 되던 해 프랑스에서 유리 테르미카노프와의 공연을 위해 처음 공부한 작품이기도 하다. “프로코피예프의 바이올린 협주곡 2번은 판타지로 가득한 작품이에요. 누군가가 이야기를 들려주듯 곡이 시작되는데, 러시아 동화 속 주인공과 괴물들이 등장하는 그림이 쉽게 연상되죠. 따뜻함에서 살얼음 같은 추위, 밝은 햇살에서 암흑 속의 비웃음, 그리고 부드러운 느낌에서 위험한 느낌까지 광범위한 분위기를 담고 있어요.” 쇼지는 2011년 일본 도쿄에서 정명훈과 함께한 서울시향 일본 투어 협연을 떠올리며 “(서울시향은) 뛰어난 오케스트라였다”고 기억했다.


서울시향과의 협연 후엔 서울·부산·울산에서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함께 모차르트·슈만·베토벤·라벨의 작품을 연주할 예정이다. 두 사람이 한 무대에 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쇼지는 “손열음과의 협연을 제안받고 유튜브에서 그녀의 연주 영상을 감상한 뒤 훌륭한 피아니스트라는 생각을 했다”며 “그녀와 함께 무대에 오를 그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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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열음과의 무대에서는 모차르트 바이올린소나타 18번과 슈만 바이올린소나타 1번, 베토벤 바이올린소나타 5번, 라벨 바이올린소나타 2번을 연주한다. “손열음의 연주를 들으면서 클래식 레퍼토리에 대해 ‘같은 생각’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간단·투명한 느낌의 모차르트 소나타 1번은 어둡고 불안한 느낌의 슈만 소나타 1번과 대조를 이룬다.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은 쇼지가 깊은 애착을 느끼는 작품이자, 12살 이후로 매년 연주해 온 작품이다. 라벨 소나타는 쇼지 표현을 빌리면 “많은 색상과 판타지를 요하는 작품”으로 닭소리나 프랑스 시골의 벨소리 등은 물론 재즈와 블루스의 분위기도 느낄 수 있다. 이번 프로그램에 대해 쇼지는 “프로그램을 구성할 때 다양함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음악 여정을 다양한 스타일, 다른 음색, 그리고 음악적 언어로 구성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강조했다.

계속 새로운 레퍼토리를 배우고, 삶에 대한 호기심을 잃지 않겠다는 쇼지 사야카. 이 30대 젊은 음악가의 꿈은 “90세가 되었을 때, (92세 피아니스트) 메나헴 프레슬러처럼 아름답게 연주하는 것”이다. “젊은 때에는 음악 속에 많은 걸 담으려고 하죠. 그러나 저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심플함을 추구하고 싶습니다. 갈 길이 멀었지만, 이것이 제가 진정으로 기대하는 것입니다.”

쇼지는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서울시향과 ‘쇼지 사야카의 프로코피예프’ 공연으로 관객과 만난 뒤 27~29일 각각 부산(을숙도문화회관 대공연장)·울산(울산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서울(금호아트홀)에서 손열음과 듀오 리사이틀을 연다.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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