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년 전까지도 세계 최빈국 대열에 이름을 올렸던 동남아시아 미얀마에서 명품 소비가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개방 후 성장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미얀마 중산층의 가처분 소득이 늘어나자, 자본의 흐름에 민감한 글로벌 명품 브랜드나 세계적 호텔 프랜차이즈, 고급 수입차 브랜드들이 양곤에 속속 진출해 변모한 미얀마 경제에 대응하고 나섰다.
롤렉스, 오메가의 초고가 제품부터 라도와 티쏘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의 유명 시계 브랜드를 판매하는 미얀마 양곤 번화가의 2층짜리 건물 ‘스위스 타임스퀘어’에는 수천 만~수억 원 짜리 명품 시계 마니아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미얀마의 경제 수도인 양곤 곳곳에는 해외 자본이 설계한 고층빌딩이 올라서고 있으며, 허름한 재래시장 옆으로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로 현대식 쇼핑몰들이 속속 자리잡고 있다. 재규어와 BMW, 메르세데스벤츠와 같은 고급 자동차 브랜드들이 양곤에 잇따라 쇼룸을 열면서 지난 2014년 현재 승용차 등록 대수는 2011년의 27만대 미만에서 39만대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급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외국 자본이 미얀마로 본격 유입되기 직전인 2011년 당시 5.6%에 그쳤던 미얀마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개방 4년 뒤 7%까지 상승하는 등 지난 수년 간 아세안(ASEAN) 국가들 가운데 가장 눈부신 성과를 거둔 미얀마 경제에서 고급 소비 시장이 크게 활성화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과거 태국이나 싱가포르 등 인근 동남아 국가들에서 명품 쇼핑에 나섰던 미얀마의 신흥 부자들은 최근 들어 양곤에 잇따라 등장한 소비 인프라에 열광하고 있다. 올해 미얀마 내 쇼핑몰 등 소매업 매장 총면적은 29만7,200㎡으로 지난 2010년에 비해 3배 이상 넓어진 상태다. 인접국인 태국 수도인 방콕의 68만7,400㎡에 비하면 아직 턱없이 부족하지만, 상위 1%의 부유층 뿐 아니라 지난 수 년 새 안정적인 수입을 올리게 된 중산층도 잇따라 명품 소비에 뛰어들면서 시장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변화가 시작된 것은 불과 4년 전, 2012년 보궐선거 이후의 일이다. 당시 아웅산 수치 여사(현 미얀마 국가자문역 겸 외무장관)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군부 세력에 압도적 승리를 거두고 경제개방 정책에 드라이브를 건 이후로 미얀마가 보유한 목재와 광물자원, 원유, 가스 등 풍부한 지하자원은 도시를 키우는 ‘돈맥’으로 작용했다.
미얀마 캐피털 파트너스의 그레고리 밀러 매니징 파트너는 “미얀마를 지하자원이 풍부해도 부를 쌓지 못한 라오스나 캄보디아와 비교하면 안된다”며 “미얀마의 경제는 오히려 태국과 비슷하게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명품 수요가 부유층뿐 아니라 증가하는 중산층과 투자기회를 잡기 위해 미얀마를 향하는 사업가들에 이르기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명 패션 브랜드 매장에서 과감하게 지갑을 여는 젊은 층은 이 지역의 달라진 소비지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양곤에서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의 의류 제품을 판매하는 팝업 매장을 운영하는 이반 푼은 “소득 수준이 높은 20~30대 여성들이 타깃”이라며 “인기 브랜드의 경우 옷 한 벌에 300달러부터 7,000달러까지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이지만 세일할 필요가 없다”고 전했다.
물론 미얀마의 명품 소비는 아직 태동 단계다. 스위스 타임스퀘어의 영업 담당자 테이 자르 윈 히투는 NYT에 “초고가 롤렉스 시계가 관심을 끌지만, 매장의 주 수입원은 500~1,000달러 대의 시계”라고 설명했다. 상업용 부동산 업체인 콜리어스의 미얀마 담당 안토니 피콘 이사는 “앞으로 고급 호텔에 몇몇 럭셔리 화장품 업체들이 매장을 낼 수는 있지만, 주요 럭셔리 브랜드들이 미얀마에 진출하려면 5~10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밀러 파트너는 “장기적으로는 미얀마의 소매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