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 한화, 과감한 사업재편과 역량 강화로 순위 급상승

한화의 비약적인 도약에는 태양광 사업의 순항이 큰 역할을 했다. 사진은 한화의 태양광 자회사 한화큐셀이 건설한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메이우드 태양광발전소한화의 비약적인 도약에는 태양광 사업의 순항이 큰 역할을 했다. 사진은 한화의 태양광 자회사 한화큐셀이 건설한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메이우드 태양광발전소


미국 포춘이 선정한 올해 ‘포춘 글로벌 500(세계 500대 기업)’ 리스트에는 유독 눈에 띄는 한국 기업이 하나 있다. 바로 한화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주)한화(이하 한화)다. 한화는 쟁쟁한 글로벌 기업들이 포진한 이 리스트에서 전년 대비 무려 52단계나 순위가 오른 괄목할만한 상승세를 보였다. 그렇다면 과연 이 같은 한화의 상승세를 이끈 원동력은 무엇일까? 포춘코리아가 글로벌 기업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하고 있는 한화의 최근 성장비결을 살펴보았다.


올해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에 오른 한국 기업은 한화(277위)를 비롯해 삼성전자(13위), 현대자동차(84위), 한국전력공사(172위), 포스코(173위), LG전자(180위) 등 총 15곳이었다. 지난해 439위였던 S오일과 441위였던 삼성물산은 올해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이 리스트에 오른 한국 기업만을 놓고 보면 한화의 순위는 중위권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순위 상승세 측면에선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한화의 올해 순위는 지난해 329위보다 무려 52계단이나 상승했다. 이는 국내 기업 중 가장 가파른 상승세다. LG디스플레이, 현대모비스, 기아자동차 등도 전년 대비 순위 상승을 기록했지만, 한화의 상승세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렇다면 한화의 이 같은 상승세의 비결은 무엇일까? 한화 측 관계자는 말한다. “올해 초 김승연 회장님은 신년사를 통해 ‘2016년은 혁신과 내실 강화를 통해 지속적인 성장기반을 구축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셨습니다. 이는 최근 몇 년간 이어진 구조조정 수준의 사업재편이 성공적이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말씀이셨죠. 실제로 저희는 지난 몇 년간 경쟁력이 없거나 시너지가 부족한 사업 부문을 과감히 매각했고, 글로벌 경쟁력 확보 목적으로 석유화학 및 태양광 사업 부문의 수직계열화도 완성·강화했습니다. 우선 삼성그룹의 방산과 화학 4개 계열사를 인수하는 민간 주도의 자율형 빅딜을 통해 선택과 집중에 기반을 둔 핵심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도모했죠. 태양광 사업부문의 경우, 한화큐셀과 한화솔라원 합병을 통해 기술과 생산규모 모두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전략적 초점을 맞췄습니다.”




한화의 비약적인 도약에는 태양광 사업의 순항이 큰 역할을 했다. 사진은 한화의 태양광 자회사 한화큐셀이 건설한 ① 일본 키츠키 태양광발전소 ② 미국 하와이 칼렐루아 재생에너지 파크 전경.한화의 비약적인 도약에는 태양광 사업의 순항이 큰 역할을 했다. 사진은 한화의 태양광 자회사 한화큐셀이 건설한 ① 일본 키츠키 태양광발전소 ② 미국 하와이 칼렐루아 재생에너지 파크 전경.


그의 말처럼 한화의 순위가 급상승한 데에는 기존 핵심 사업군인 방산분야의 성장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한 태양광 사업의 순항이 큰 역할을 했다. 지난 2014년 삼성그룹에서 인수합병(M&A)한 한화토탈, 한화종합화학, 한화테크윈, 한화탈레스는 현재 사업간 시너지 효과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좋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또 태양광 사업의 성장세도 연결기준 매출로 평가하는 포춘 글로벌 500 순위 상승에 기여했다. 태양광 계열사인 한화큐셀은 지난해 2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한 이후 다섯 분기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가며 태양광 사업을 본궤도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한화가 인수한 기업들은 초기 화학적·물리적 결합에 따른 진통을 이겨내고 성공적으로 (기존 사업에) 융합되면서 시장 안착에 성공했다”며 “또 하나의 대규모 인수합병 성공사례를 쓴 한화의 향후 사업 포트폴리오 구상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가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데에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사업전략이 자리잡고 있다. 우선 한화가 현재 영위하고 있는 사업현황을 그룹 지배구조를 통해 살펴보자.




한화는 지난 2014년 이후 3개의 방산기업을 인수하며 경쟁력을 강화해 왔다. 이를 통해 글로벌 방산 톱10 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전시회에 참여한 한화테크윈의 부스 전경.한화는 지난 2014년 이후 3개의 방산기업을 인수하며 경쟁력을 강화해 왔다. 이를 통해 글로벌 방산 톱10 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전시회에 참여한 한화테크윈의 부스 전경.


빅딜 통해 글로벌 방산기업으로 우뚝
포춘코리아가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와 주요 계열사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현재 한화그룹 주요 사업 포트폴리오의 중심에는 한화가 자리잡고 있다. 현재 한화그룹은 한화를 정점으로 계열사들이 수직적 출자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실질적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한화는 한화케미칼(35.9%), 한화테크윈(32.4%), 한화테크엠(100%)뿐만 아니라 태양광 사업을 관장하는 한화큐셀코리아(41%)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금융 분야 핵심기업인 한화생명(21.7%) 역시 한화의 손자 기업이다. 사실상 한화가 한화그룹의 핵심 사업 모두를 영위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한 셈이다. 이번에 미국 포춘이 선정한 글로벌 500기업에 이름을 올린 기업도 바로 지주회사 한화였다.

최근 한화의 자회사인 한화테크윈은 두산그룹의 방위 사업을 담당해온 두산DST 지분 100%를 인수하며 방산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에 성공했다. 이로써 한화그룹은 한화의 방산부문(탄약 및 정밀유도무기 체계) 외에도 한화테크윈(포병 장비와 항공기 엔진), 한화탈레스(지휘통제· 감시정찰 체계와 레이더), 한화디펜스(前 두산DST, 기동 장갑차와 대공·유도 무기체계)를 아우르는 대형 방산기업의 강력한 위용을 갖추게 되었다.

한화 측 관계자는 “이번 두산DST 인수를 통해 선진 방산기업들처럼 사업을 대형화·집중화·다각화하고 연구개발·생산·후속 군수지원 등을 일관성 있게 관리하는 무기체계를 갖추게 됐다”며 “향후 지속적인 투자와 연구개발을 통해 내수 경쟁에서 수출로 무게중심을 옮기면 글로벌 방위산업시장에서의 경쟁력도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현재 한화의 손자회사인 이들 방산기업이 향후 하나의 회사로 합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방산 업종 특성상 ‘규모의 경제’에서 앞서 가는 것이 글로벌시장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글로벌 방산 톱10’ 진입을 노리는 한화그룹으로선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는 카드다. 지난해 한화, 한화테크윈, 한화탈레스, 한화디펜스의 방산부문 매출은 각각 1조 2,000억 원, 1조 원, 7,100억 원, 6,900억 원 수준이었다. 이를 모두 합친 매출은 약 3조6,000억 수준인데 이는 글로벌 방산시장 20위권을 턱밑까지 추격하는 규모다. 만약 이들 사업영역이 합쳐진 초대형 회사가 탄생할 경우, 글로벌시장에서 더욱 큰 경쟁력을 발휘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각 계열사의 사업이 중복되지 않는 상황에서 굳이 하나의 회사로 사업을 할 필요성까진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그럼에도 일부 전문가들은 방산부문에서 일정 부분의 사업구조 개편은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말하고 있다. 핵심은 역시 한화다. 익명을 요구한 애널리스트 A 씨의 말이다. “사업 포트폴리오의 시너지 측면에서 보면 또 다른 개편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닙니다. 최근 한화테크윈은 프랑스 방산업체 탈레스(Thales)가 보유하고 있던 한화탈레스의 지분 50%를 인수했습니다. 이를 통해 한화탈레스는 한화테크윈의 100% 자회사가 됐죠.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한화탈레스의 핵심사업군은 방산 내에서도 IT 분야로 불리는 지휘통제·감시정찰 체계 및 레이더입니다. 반면 한화테크윈은 전통적 무기체계인 포병 장비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전혀 다른 분야이기 때문에 큰 시너지효과가 나기 어렵다는 거죠. 오히려 한화의 방산부문이 담당하고 있는 정밀유도무기 체계가 한화탈레스의 사업군과 합쳐지면 ‘유도무기 일원화’라는 사업적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김승연 회장과 한화그룹 측은 지난 2014년 빅딜 추진 과정에서 이 같은 시너지 효과를 염두에 두고 삼성탈레스 인수합병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근거는 바로 한화그룹의 뿌리인 방산사업에 대한 김승연 회장의 애착이다. 지난해 초 경영일선에 복귀한 후 김 회장은 5대 핵심사업 포트폴리오(방위사업, 태양광, 금융, 석유화학, 유통)에 따라 과감한 인수합병과 신규시장 진출을 추진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특히 방위사업의 경우 김 회장이 직접 협상을 진두지휘하며 빅딜을 성사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언급한 A 씨는 말한다. “현재 한화의 최대주주는 지분 22.6%를 보유한 김승연 회장입니다. 만약 한화탈레스가 한화의 100% 자회사가 된다면 사업적 시너지효과를 낼 뿐만 아니라 김 회장의 직접적인 지배력 아래에 놓이게 됩니다. 한화그룹은 다른 기업과 달리 오너의 장악력이 큰 기업입니다. 물론 (김 회장이) 사업 전면에 나서지는 않겠지만, 한화와 한화탈레스의 시너지를 위해 막후에서 사업을 진두지휘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습니다.”

방위사업 부문에 대해 다양한 변화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을 듯한 확실한 사실 하나가 있다. 한화의 방산사업 성장세가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최근 계속 꾸준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한화탈레스와 한화는 각각 한국형 전투기(KF-X)에 들어갈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 개발과 장거리 요격미사일(L-SAM) 개발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한화테크윈도 최근 폴란드에 자주포 수출을 시작한 데 이어, 인도 정부의 자주포 도입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등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한화는 오는 2025년까지 방산매출 11조 원을 달성해 ‘글로벌 방산 톱10’ 기업에 진입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석유화학·태양광 시장의 가파른 성장
한화가 ‘포춘 글로벌 500’에서 선전할 수 있었던 또 다른 비결은 방산과 함께 그룹 내 주력사업으로 손꼽히고 있는 석유화학과 태양광 시장에서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한화케미칼과 한화큐셀이 자리잡고 있다.

올해 2분기 한화케미칼은 석유화학과 태양광 등 주력사업의 성과에 힘입어 분기 기준 사상 최대실적을 달성했다. 우선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3.1% 증가한 2,935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당기순이익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9.1%, 835.1% 증가한 2조 3,922억 원과 3,101억 원을 올렸다. 기초소재(석유화학) 부문에선 저유가 지속으로 인한 원가 안정효과와 고함량 에틸렌 비닐 아세테이트(EVA) 등 고부가 특화제품 판매 확대로 수익성이 개선되며 1,429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태양광 부문 역시 2분기 영업이익 1,334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8%나 상승했다.


석유화학 부문의 실적 개선에는 지난 2014년 삼성그룹과의 빅딜을 통해 인수한 한화종합화학(前 삼성종합화학), 한화토탈(前 삼성토탈)의 성과도 큰 몫을 담당했다. 지난해 한화토탈은 사상 최대 규모인 7,97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한화종합화학 역시 2.336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인수합병부터 지난 1분기까지 양 사가 기록한 영업이익은 총 1조2,000억 원 수준인데, 이는 인수대금(1조 600억 원)을 넘어선 규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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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종합화학과 한화토탈이 가세하면서 그룹 전체 석유화학 부문 매출은 약 19조 원 수준까지 상승했다. 석유화학의 기초 원료인 에틸렌 생산규모는 세계 9위 수준인 291만 톤으로 증가했고, ‘나프타-콘덴세이트-LPG’로 이어지는 다각화된 원료 포트폴리오 구축에도 성공할 수 있었다. 대다수 업계 전문가들은 한화가 두 회사의 합류를 원동력으로 저가 원료를 앞세운 북미·중동의 석유화학 회사들과의 진검승부에서 선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태양광 사업에서의 변화는 좀 더 다이내믹하다. 지난 2015년 2월 한화그룹은 태양광 사업의 양대 축인 한화큐셀과 한화솔라원을 ‘한화큐셀’로 통합했다. 이를 통해 한화큐셀은 셀 생산규모 기준 세계 1위의 태양광 회사로 거듭나며 글로벌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굳힐 수 있었다.

한화그룹은 지난 2010년 나스닥에 상장된 중국의 솔라펀파워홀딩스를 인수해 한화솔라원으로 출범시키면서 본격적으로 태양광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2012년에는 당시 글로벌 1등 태양광 기업으로 불리던 독일 큐셀을 인수해 ‘한화큐셀’이라는 이름으로 재출범시켰다. 하지만 그 이후 우여곡절도 많이 겪었다. 몇 년간 이어진 글로벌 태양광 시장의 불황이 시장에 막 뛰어든 한화에 적잖은 타격을 입혔다. 그럼에도 한화는 오히려 과감한 투자를 통해 미래를 내다봤다. 김승연 회장도 지난 2011년 그룹 창립기념사를 통해 “눈앞의 이익이나 불확실한 사업 환경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묵묵히 (태양광 사업을)추진하라”며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 그리고 김 회장의 뚝심은 결국 빛을 발했다. 지난 2011년부터 2015년 1분기까지 연속 적자를 면치 못했던 한화큐셀은 지난해 2분기 처음으로 흑자전환 한 데 이어 이어, 올해 1분기에는 약 671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수 있었다.

최근 한화는 또 한 번 태양광 계열사에 대한 사업구조 재편에 나섰다. 한국 한화큐셀의 태양광 모듈 생산설비를 사업부문 물적 분할 방식으로 한화큐셀코리아에 이전하기로 한 것이다. 이를 통해 모듈 및 셀 생산은 한화큐셀코리아가 전담하고, 한화큐셀은 전반적인 태양광 사업 전략의 컨트롤타워가 되는 이원화 구조를 완성했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한화는 태양광 업황이 부진할 때도 오히려 수직계열화를 완성하고, 글로벌 태양광업체를 인수하는 등 태양광 사업에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며 “최근의 업황 개선과 맞물려 태양광은 한화의 핵심 신성장동력으로 확고히 자리매김을 했다”고 말했다.

특히 업계에선 김승연 회장의 장남이자 태양광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한화큐셀이 그룹 태양광 사업 전략 총괄에 집중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김동관 전무의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김 전무는 오너의 장남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경영인으로서의 능력을 스스로 입증하고 있다. 미국, 중국, 유럽 등 선진시장과 일본, 인도 등 신흥시장을 누비며 현장경영에 나서온 김 전무는 현재 글로벌 에너지산업 시장에서 차세대 리더로 불릴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김 전무는 쏠쏠한 성과도 올리고 있다. 우선 신흥시장의 경우, 한화큐셀은 인도 신재생에너지 회사인 리뉴파워와 합작해 현지 중부 텔랑가나주에 전체 148.8MW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 2기를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최근에는 인도 아다니그룹에 70MW 모듈을 공급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터키에선 18.3MW에 이르는 현지 최대 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직접 건설하고 있다. 그 밖에도 선진시장에선 굵직굵직한 대형 계약을 체결하며 수익개선과 경쟁력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고 있다. 한화큐셀은 지난해 4월 미국 내 2위 전력회사 ‘넥스트에라에너지’ 와 1.5GW 규모의 태양광 모듈(태양광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는 태양전지를 모아놓은 집적판)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1.5GW는 태양광 산업 역사상 단일계약으론 최대 규모다. 1.5GW의 모듈이 설치되면, 대구광역시 전체 인구(약 250만 명)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한화큐셀은 넥스트에라 에너지가 2017년 이후 건설할 예정인 태양광 발전소에도 한화큐셀의 모듈을 공급하기 위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한화 측 관계자는 “넥스트에라와의 계약을 진두지휘하고 성사시킨 장본인이 바로 김동관 전무였다”며 “김 전무 특유의 빠르면서도 합리적인 판단력과 왕성한 대외 활동력의 절묘한 조화가 결정적인 계약 성사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한화는 방산·태양광 외에도 자동차 소재, 금융, 면세점 등을 국내외 신성장동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갤러리아면세점   63’ 개장식에 참석한 황용득 한화갤러리아 대표이사(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김동선 한화 건설 팀장(오른쪽에서 세 번째)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한화는 방산·태양광 외에도 자동차 소재, 금융, 면세점 등을 국내외 신성장동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갤러리아면세점 63’ 개장식에 참석한 황용득 한화갤러리아 대표이사(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김동선 한화 건설 팀장(오른쪽에서 세 번째)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새로운 글로벌 먹거리 ‘자동차 소재·금융’
한화는 방산, 태양광뿐만 아니라 새로운 글로벌 먹거리 창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핵심은 자동차 소재와 금융 시장이다. 우선 자동차 소재 제조 분야에선 한화첨단소재가 전면에 나서고 있다. 현재 한화첨단소재는 자동차 경량소재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 앨라배마, 버지니아를 비롯해 중국의 베이징과 상해, 체코, 멕시코 등에 해외법인을 설립, 자동차부품 생산 및 공급을 위한 현지 생산체계를 구축했다. 한화첨단소재는 현재 국내 완성차 업체뿐만 아니라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인 GM, 포드, 도요타, 폭스바겐 등에도 경량화 부품소재를 공급하고 있다.

또 전 세계 자동차들의 전시장이라고 불리는 중국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재 중국 베이징 생산법인에선 주로 자동차의 범퍼, 의자 뒷부분, 언더커버(미션, 엔진 등 주요 부품의 보호를 위해 차체 아랫부분에 장착되는 커버) 등의 제작에 사용되는 열가소성 플라스틱(GMT)과 자동차용 에너지 충격흡수재, 포장재용 에너지 충격흡수재의 원재료인 ‘발포 폴리프로필렌(EPP)’을 생산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 분야의 품질인증규격인 ‘ISO-TS 16949’를 획득해 품질도 합격점을 받았다.

한화그룹에선 금융 분야 역시 새로운 글로벌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화의 금융 분야를 이끌고 있는 한화생명은 지난 2009년 4월 국내 생명보험사로는 최초로 베트남 보험시장에 진출하며 글로벌시장 공략을 시작했다. 국내 생명보험사가 단독으로 지분 100%를 출자해 해외 보험영업을 위한 현지법인을 설립한 사례는 한화생명이 최초였다. 한화생명은 시장 진출 7년째인 올해도 안정적인 조직 확보와 높은 신계약 실적을 기록하며 연착륙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다면 한화생명이 베트남 생명보험 시장에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한화 측 관계자는 말한다. “핵심 열쇠는 현지화 전략이었습니다. 저희는 법인장과 스태프 2명을 제외한 최고영업관리자, 재무관리자, 영업관리자 등 핵심인력을 모두 현지인으로 구성했습니다. 이들은 베트남 보험 및 금융환경에 밝을 뿐만 아니라, 설계사들과의 의사소통이 쉽고 유대감도 강해 조직경쟁력을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베트남 법인의 전국 영업망 구축을 더욱 공고히 한다면, 2017년 흑자 전환이라는 목표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어요.”

한화생명은 중국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012년 12월 저장성 국제무역그룹과 합작법인 ‘중한인수보험유한공사’를 설립해 중국시장에 진출한 한화생명은 영업 첫해인 2013년에 8,452만 위안의 실적을 기록했다. 이듬해인 2014년에는 무려 두 배 이상의 실적을 기록해 중국 보험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한화 측 관계자는 “앞으로도 기존 한화생명의 성공전략과 글로벌 보험사들의 신규시장 진출 전략을 참고해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아시아국가 위주의 2단계 해외 추가 진출에도 나설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국내 시장에선 지난 7월 서울 여의도 63빌딩에 오픈한 갤러리아면세점63을 전면에 내세워 유통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비록 면세점 사업을 총괄하는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지만, 아직 여의도 면세점이 시장 안착 과정임을 고려하면 그리 걱정할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갤러리아면세점 63은 지난 6월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 최초로 구찌 정식매장을 오픈한 데 이어, 지난 8월에도 서울 신규 면세점 최초로 샤넬 코스메틱을 선보이며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명품 유치가 곧 면세점 성공과 직결된다는 시장의 통념을 고려하면 올해 내에 기존 면세점을 위협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화는 그동안 숱한 역경과 좌절 속에서도 뚝심 있는 전략으로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왔다. 과연 한화는 내년 ‘포춘 글로벌 500’에서도 한 단계 더 도약한 순위를 받아볼 수 있을까? 한층 업그레이드된 한화의 성적표를 기대해본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김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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