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식품보국 외길' 함태호 오뚜기 창업주 별세



오뚜기(007310) 창업주인 함태호 명예회장이 12일 별세했다. 향년 86세.

함 명예회장은 우리나라 식품산업을 개척한 산증인이자 1세대 경영자다. 1930년 함경남도 원산에서 태어나 경기고, 홍익대 경제학과, 연세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뒤 1969년 오뚜기의 전신인 오뚜기식품기업을 설립했다. 한국전쟁을 겪으며 보릿고개와 기근에 내몰린 우리 국민에게 ‘식품보국’이라는 경영철학을 앞세워 곁눈질하지 않고 식품기업 외길을 걸어왔다.


함 명예회장은 오뚜기식품공업을 설립한 그해 국내 최초로 카레를 생산했고 토마토케첩(1971), 마요네즈(1972)를 선보이며 오뚜기가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하는 기틀을 마련했다.

오뚜기는 국내 식품기업 중 가장 많은 1위 제품 40여종을 보유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 중 오뚜기 카레는 오뚜기의 오늘을 만든 주역으로 꼽힌다. 인도 전통 음식인 카레는 1940년대부터 국내에 판매됐으나 특유의 향신료 냄새 때문에 시장에서 자리 잡지 못했다. 함 명예회장은 첫 제품인 ‘오뚜기 즉석카레’를 선보였고 당시 수입산이 주도하는 카레 시장에 지각변동을 불러일으켰다.


이미 시장에 일본 카레업체 S&B를 비롯한 글로벌 업체가 진출했지만 오뚜기 카레는 합리적인 가격에 한국인의 입맛에 제격이라는 입소문을 타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다. 함 명예회장은 영양과 맛을 두루 갖춘 카레를 ‘국민 음식’으로 만들기 위해 평일 어린이 프로그램과 일요일 예능 프로그램에 대대적으로 TV 광고를 내보내는 홍보전을 펼쳤다. 출시 50년을 앞둔 오뚜기 카레는 지금도 국내 분말 카레 점유율 80%를 기록하며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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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에 이어 함 명예회장이 꺼내 든 카드는 토마토케첩과 마요네즈였다. 이들 제품은 한식 위주의 국내 조미료 시장을 단기간에 서구식으로 바꾼 일등 공신으로 통한다. 오뚜기 케첩이 출시되자 글로벌 1위 케첩 전문업체 하인즈는 대대적인 물량 공세에 나섰다. 하지만 오뚜기의 아성을 넘지 못하고 국내에서 철수한 일화는 지금도 회자된다. 마요네즈에 이어 선보인 후추 역시 출시 이후 지금까지 ‘세계 일류 상품’에 선정될 정도로 전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다.

함 명예회장은 생전에 사회공헌활동에도 적극적이었다. 1992년 한국심장재단과 자매결연을 맺은 뒤 지난 7월까지 4,200여명의 어린이에게 새 생명을 안겼다. 1996년에는 사재를 출연해 오뚜기재단을 설립했고 지병으로 투병 중이던 지난해 11월에는 개인 자격으로 사회복지법인 밀알복지재단에 300억원대 주식을 기부한 것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함영준 오뚜기 회장을 비롯한 1남 2녀가 있으며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이다. 영결식은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오뚜기센터 풍림홀에서 열리며 발인은 오는 16일이다.

이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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