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5차 핵실험 후속조치 일환으로 성사된 12일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3당 대표 회동에서는 야당의 제안으로 경제와 민생·사회 문제도 주요 의제로 올라왔다. 하지만 야당이 끊임없이 요구해 온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거취 문제와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활동기간 연장,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등에 대해서는 박근혜 대통령과 야당 간 입장 차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야당은 회동에 앞서 논의가 안보 중심으로 흘러갈 경우 야당의 요구가 반영될 수 없다고 판단, 민생 문제에 대한 의견도 교환해야 한다고 맞섰다. 여야는 이 때문에 정부 측 배석자를 놓고 기 싸움을 벌였고, 야당의 요구로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참석하게 됐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우병우 수석 본인이 억울하다고 해도 (우 수석을) 사퇴시켜야만 공직기강이 바로 선다. 꼭 사퇴시켜 달라”며 강한 어조로 말했다. 또 세월호특조위 기간 연장과 정부 차원의 검찰·사법 개혁안 마련을 요구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우병우 수석 해임 문제에 대해 “현재 검찰에서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그 결과를 보고 입장을 제시하겠다”며 야당의 요구를 거부했다. 검찰·사법 개혁에 대해서는 “(검찰이) 자체 개혁안을 마련하고 있는 만큼 그 결과가 국민 눈높이에 맞는지 살펴보겠다”며 부정적인 뜻을 내비쳤다. 박 대통령은 또 세월호특조위와 관련해 “특별법의 취지와 재정 상황, 사회적 부담을 고려해 국회에서 논의해 달라”며 공을 국회로 돌렸다.
박 대통령은 두 야당 대표에게 노동개혁 4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주문했다. 박지원 위원장은 이에 대해 “20대 국회에서 여당이 요구하는 법안과 야당이 요구하는 (민생경제 관련) 법안 모두 상정해 논의하자”며 “경제활성화에 필요한 법안은 도울 수 있는 만큼 돕겠다”고 화답했다. 박 대통령은 한발 더 나가 “국회선진화법이 경제활성화법 처리에 발목을 잡고 있다”며 선진화법 개정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과 두 야당 대표는 법인세 인상에 대한 의견도 나눴지만, 양쪽 모두 기존 입장만 반복했다. 박 대통령은 야당의 법인세 인상 필요성 주장에 대해 “세계적인 추세가 (법인세) 인하며 경쟁을 위해서는 법인세가 (현 상황이) 유지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야당은 이 밖에 범정부 차원의 체불임금 종합대책 마련과 콜레라·C형 간염 등 전염병 확산 방지, 전기료 누진세 개편, 복지 수요 대비를 위한 세제개편안 논의, 내년도 예산안에 누리과정 예산 반영 등에 대한 입장을 박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류호·박효정기자 rh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