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양치기 소년' 연준의 입에 널뛰는 시장...차라리 귀닫을까

FOMC 위원들, 매파와 비둘기파로 분열...혼란만 초래

버냉키 "위원들 발언보다 지표에 주목해야"

오는 20~21일 이틀간 열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연준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금리인상 여부를 두고 며칠 사이에 연준 이사들의 극과 극을 오가는 발언에 시장이 방향을 잃고 요동치면서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에서는 ‘양치기 소년’의 입을 바라보기보다 ‘지표’를 믿는 게 낫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은 “연준의 분열에 (금리가) 현상유지(Stand Pat)로 기울고 있다”면서 연준 이사들의 갈짓자 발언을 비판했다. 이날 FOMC 의결권을 보유한 라엘 브레이너드 이사는 시카고 연설에서 “고용시장이 회복되지 못했으며, 선제적인 긴축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며 금리 인상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뉴 노멀’ 상황에서 완화적 통화정책을 중단하려면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준 총재도 이날 CNBC에 출연해 “핵심 물가상승률이 더 올라가야 한다”며 현재 인플레이션이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준은 아니라는 견해를 밝혔다.


반면 데니스 록하트 애틀랜타 연준 총재는 이날 애틀란타에서 열린 전미실물경제협회(NABE) 연설에서 “금리인상을 위한 조건이 충족되고 있으며 하반기에는 강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며 이달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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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 혼란을 초래한 연준 인사들의 발언은 지난 9일부터 본격화됐다.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준 총재는 “금리인상 연기는 자산시장 과열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금리인상설에 힘을 실었지만, 같은 날 대니얼 타룰로 연준 이사는 “성장 속도에 대해 토론의 여지가 있다”며 정반대의 시그널을 보냈다. 미국의 다우존스산업지수는 로젠버그 총재의 발언 직후 장중 1만8,000대까지 급락했다가 브레이너드 이사의 발언 이후에는 1만8,300선을 회복하는 등 널뛰기 장세를 보였다.

오락가락하는 시그널로 시장이 널을 뛰자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은 “연준 관계자들의 발언에 휘둘리기보다 경제지표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준 위원들 사이에 금리인상 여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만큼 결국 최종 결정은 고용과 인플레 등 지표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전날 미국 국채선물시장에서 연준의 9월 금리인상 가능성은 브레이너드 이사 발언을 전후해 21.0%에서 15.0%로 떨어졌다. 반면 12월 인상 가능성은 57%에 달해 시장은 9월 보다는 12월 금리인상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김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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