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서울경제TV] 형사 합의 보험금, 선지급 늦춰진 배경은

[앵커]

현재 교통사고처리 때 형사 합의금 보험금 지급은 후불제로 돼 있는데요. 금융감독원은 이를 8월 말까지 선 지급 방식으로 바꾸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런데 제도 개선은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지연되는 이유는 뭐고, 금감원은 왜 선 지급 방식을 추진하는지 보도국 정훈규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앵커]

Q. 우선 기본적인 것부터 좀 물어보죠. 보통 자동차 보험에 가입돼 있으면, 보험사에 사고접수 한 뒤 수리비 등 비용처리는 크게 신경 쓸 일이 없는데요. 형사 합의금은 좀 다른가 봅니다?

[기자]

네. 자동차보험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11대 중과실사고는 보장하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횡단보도 사고 등인데요.

자동차보험 가입 때 ‘법률비용지원 특약’을 넣거나 운전자보험에 가입해야만 11대 중과실사고 같은 형사상 문제까지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합의 비용 3,000만원, 벌금 2,000만원, 변호사 선임비용 500만원을 보험금으로 받을 수 있는데요.

지급방식에서 일반 자동차 보험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통상 사고접수만 하면 보험사가 다 알아서 해 줄 것으로 기대하지만 실제로는 가해자인 보험 가입자가 피해자와 형사 합의를 보고 합의금까지 자기 돈으로 줘야 합니다.

이후에 피해자에게 돈을 줬다는 증빙 서류를 보험사에 제출한 후에야 후불제 형식으로 보험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앵커]

Q. 그래서 후불제라는 얘기가 나온 거군요. 그럼 금융감독원은 어떤 문제가 있어서 이걸 선 지급으로 바꾸려 하는거죠?

[기자]

네, 보험은 기본적으로 예상치 못한 사고 때문에 경제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 때를 대비한 것인데요.

현재 후불제 방식으로는 사고가 나서 경황이 없거나 목돈이 없는 사람들은 이러한 보험의 혜택을 제대로 받을 수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당장 내 돈으로 사고 처리를 해야 하다 보니 합의금을 구하기 위해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리는 경우가 많고요. 보험이 있는데도 합의금을 구하지 못해 형사 처벌을 받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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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대부업체에서 급하게 돈을 마련해 형사 합의를 하더라도, 20%에 육박하는 높은 이자를 갚기 위해 또다시 빚을 내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앵커]

Q. 결국 보험에 가입해 있어도 내 수중에 합의금만큼의 돈이 없으면 소용이 없는 셈이군요. 이런 사례들을 볼 때 선지급 방식이 타당하다고 느껴지는데,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뭡니까?

[기자]

업계 저항이 만만치 않기 때문인데요.

보험사들은 보험사가 합의금을 선지급하면 피해자가 합의금을 높여 받는 도덕적 해이가 일어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보험 업계에서는 현재 후불제 방식 덕에 형사합의금이 하향 평준화됐다고 보고 있는데요.

가해자가 합의금을 낮추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고, 피해자도 가해자의 지불 능력 등에 따라 무작정 금액을 높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보험사가 선 지급을 하면 피해자가 무조건 보험금을 많이 타내려고 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생각입니다.

가해자도 어차피 본인이 돈을 구할 필요가 없는 만큼 높은 상해등급을 받아도 대충 합의를 해서 보험사에 떠넘길 수 있다는 건데요.

결국 보험금 지급액이 커지면 보험료를 올릴 수밖에 없어서 피해는 보험 가입자에게 돌아간다는 논리입니다.

[앵커]

Q. 금융감독원이 선지급 방식으로 바꾸겠다던 8월 말은 이미 지났는데요. 그렇다면 금감원도 보험 업계 주장에 수긍을 한 셈인가요?

[기자]

그렇지는 않습니다. 금감원은 보험사들의 이런 주장에 대해 동의하지 않고 있는데요.

기준은 조금씩 다르지만 모든 보험사는 상해등급별로 보험금을 책정해 놓고 있습니다.

선지급으로 바뀐다고 해서 상해등급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현재와 같이 상해등급에 따라 합의금이 책정되기 때문에 합의금 액수가 달라 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일정이 애초 계획보다는 다소 늦춰지긴 했지만, 금융감독원은 업계 의견을 수렴해 다음 달 중 결과물을 내놓겠다는 입장입니다.

만약 끝까지 일부 보험사에서 제도 개선을 하지 않고 버티면, 선지급 방식에 동의한 보험사를 중심으로 먼저 시행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게 할 계획입니다.

정훈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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