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추석 연휴24시' 다산콜센터 가보니]"친지와 내기, 누가 맞나" 문의에 진땀

전화·문자 등 5일간 4만여건

대중교통·생활정보 문의 빗발

"기름값 보상" 황당·민폐민원도

120다산콜센터에서 상담원들이 전화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120다산콜센터에서 상담원들이 전화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다산콜센터죠? 명절이라 지금 친지들 모여서 내기를 하고 있거든요. 들어보고 누구 의견이 맞는지 얘기 좀 해 주세요.”

추석 연휴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에 자리한 다산콜센터는 연신 울리는 전화벨로 정신없이 분주했다. 쉴 틈 없이 문의에 응하고 있는 상담사 최윤정씨가 받아든 통화 내용은 순간 어안을 벙벙케했다. 생활 길잡이가 돼 주는 정보제공이 아닌 심판 역할을 해 달라는 등 지극히 개인 편의 위주의 질문에는 ‘만능해결사’를 자처하는 상담사도 진땀을 빼기 일쑤다. 최씨는 “어떠한 황당 전화도 시민의 소중한 문의로 생각하자는 걸 기치로 삼고 있기에 포털사이트 검색 등을 통해 최대한 안내를 했다”며 “하지만 내기에서 진 반대 의견의 사람이 전화를 이어받아 계속 따져 묻듯 항의해 매우 당황했다”고 토로했다.






가족·친지가 한 데 모여 명절 분위기를 만끽해야 하는 연휴지만 신설동 다산콜센터의 ‘연휴 24시’는 상황이 다르다. 전화로, 문자로 쏟아지는 각종 문의에 응대하기 바쁘다. 대개 설·추석 등 명절 연휴 3∼5일간 쏟아지는 콜(Call)은 모두 합쳐 2만∼4만여 건. 평소에는 가는 길 또는 건물 위치에 관한 질문이 빈번하지만, 명절 기간에는 대중교통 안내와 문을 연 병원·약국 등에 관한 응급의료 정보, 영화관·대형마트 휴무일에 관한 생활정보 문의가 빗발친다. 지난해 설·추석에는 명절기간 쓰레기 미수거 등으로 인한 각종 현장 민원 , 주·정차 문제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는 경우도 많았다.

물론 서울시와 산하기관, 자치구 관련 업무와 생활민원신고를 일괄적으로 받아 처리하는 게 이들의 임무지만, 서울시나 구청 업무와 무관한 내용에 진을 빼기도 일쑤다. 특히 명절 귀성·귀경길 차량 정체로 인한 스트레스 여파는 애먼 다산콜센터 상담사에게 쏟아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상담사 박경은 씨는 “지난 추석 때는 경부고속도로 한남 IC 진입이 상당히 어려우니 정체된 만큼 기름값을 보상하라는 황당 요구를 듣기도 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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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열려 있는 다산콜센터를 마치 ‘개인 비서’ 마냥 사유화하려는 ‘민폐 민원’도 비일비재하다. 상담사 최씨는 “지방을 가는데 고속도로 운전은 처음이며 내비게이션도 없으니까 전화를 끊지 말고 계속 통화를 이어가며 길 안내를 요청한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런 악성민원은 실제 명절 기간 알짜 정보를 필요로 하는 이들의 원활한 전화 연결을 막는 등 각종 불편을 만들어내며 업무 효율을 떨어뜨리는 주원인이 된다. 무엇보다 명절 연휴까지 반납하며 24시간 감정 노동에 시달리지만 안정적 고용이 보장되지 않은 다산콜센터 상담사들에게는 업무와 무관한 이 같은 황당 문의가 근로 의욕을 떨어뜨리는 주범이 되기도 한다.

최근 이들의 사기 진작을 위한 마중물이 되는 희소식이 생겼다. 다산콜센터 상담사들이 ‘120 서비스재단(가칭)’ 소속의 정규직 직원으로 옷을 갈아입게 된 것이다. 서울시의회는 지난 9일 본회의를 열어 ‘서울시 120서비스재단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2007년 첫선을 보인 다산콜센터는 지난해부터 2개의 전문 운영업체가 관리하고 있다. 이 조례안 통과를 계기로 내년 상반기 중 서울시가 재단을 설립, 앞으로 408명의 다산콜센터 직원이 비정규직 딱지를 떼고 재단 소속의 정규직 직원으로 거듭나게 되는 셈이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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