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선택과 집중' 통한 이재용式 위기 돌파...M&A 실탄 확보 포석

"팔사업은 미련없이 판다"

핵심 먹거리에 역량 집중

이미 발표한 신수종사업도

환경 변화로 재검토 가능성



삼성전자가 최근 ASML·시게이트·램버스·샤프 등 4개 해외 기업에 대한 투자지분을 매각한 것은 이재용식(式) ‘선택과 집중’ 경영전략을 통해 핵심사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목표를 실행하기 위한 수단으로 기업 인수합병(M&A) 본격 추진, 한계사업 정리, 사업재편 등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다음달 2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주주총회를 통해 등기이사로 선임되면서 경영 전면에 나서는 만큼 선택과 집중을 통한 ‘뉴 삼성’ 구축작업은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M&A 본격화 신호탄=이번 해외 기업 지분매각은 지난 12일 삼성전자 이사회가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을 발표하면서 밝힌 배경 설명과 맥을 같이한다. 이사회는 △미래성장을 위한 과감하고 신속한 투자 △핵심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업재편 △기업문화 혁신 등 세 가지를 이재용 체제의 핵심 어젠다로 설정했다.

삼성전자 고위관계자는 “2·4분기 기준 77조원의 현금성 자산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돈이 없어서 이들 기업에 대한 투자지분 1조원가량을 팔았겠는가”라며 “기업 인수합병과 미래 핵심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당초 내년 3월 개최되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로 선임될 예정이었지만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고 사업재편에 가속도를 내기 위해 ‘등판 일정’을 앞당긴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는 삼성전자가 투자 메리트가 낮거나 실효성이 떨어지는 해외 기업 지분을 잇따라 매각하고 있는 것은 국내외 유망기업에 대한 M&A 실탄을 마련하기 위한 사전정지작업으로 보고 있다.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는 사업에 전력투구하겠다’는 이 부회장의 경영철학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에만 해외 기업 3개를 인수했다. 6월에는 미국 클라우드업체인 조이언트를 사들였고 광고업체 애드기어도 품에 안았다. 8월에는 미국 빌트인가전시장을 뚫기 위해 럭셔리 가전회사 데이코를 인수했다.

관련기사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M&A가 본격화될 것”이라며 “핵심 미래사업은 물론 추가 투자가 필요한 곳에 집중투자를 하는 쪽으로 방향이 결정됐다”고 말했다.

최근 주목되는 삼성전자 행보는 전기차 분야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중국 BYD의 지분 인수다. BYD 투자와 연계해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자동차전장사업팀을 출범시켰다. 전장 분야를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반도체 사업과 연결시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전략적 판단을 내렸다. 이 부회장도 전기자동차용 반도체 사업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뉴 삼성 구체화=이 부회장은 다음달 27일 주주총회를 통해 삼성전자 등기이사로 선임되면 선택과 집중을 통한 뉴 삼성 구축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팔 건 미련 없이 팔고 살 건 과감하게 사겠다’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삼성전자의 신(新)경영비전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이사회에 무게가 실리면서 사업재편에도 한층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가 2010년 내놓은 5대 신수종 사업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삼성전자는 당시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발광다이오드(LED),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등을 5대 신수종사업으로 내놓았다. 6년이 지난 시점에서 삼성전자의 미래 신사업을 재검토해야 할 만큼 글로벌 경영환경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프린터사업부를 1조원에 HP에 전격 매각한 것이나 삼성SDS 분할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업재편 가속화를 보여주는 예고편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책임경영이 강화되면서 인수합병과 사업재편은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집중할 사업에 투자하고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지분은 매각하는 등 사업 구조조정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그동안 루머로만 돌았던 삼성물산을 비롯한 계열사들의 사업재편과 조직 혁신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서정명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