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류정필의 음악 이야기] 가을에 듣는 클래식

가을과 음악은 참 잘 어울린다. 한 폭의 그림과 한 편의 시 그리고 거기에 더해지는 음악은 가을이라는 계절을 즐기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자 방법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번 주에는 가을에 감상할 만한 음악을 몇 곡 추천해 드린다.

먼저 비발디의 사계 중 ‘가을’이다. 사계는 글자 그대로 사계절을 주제로 삼아 작곡된 유명한 작품이며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 명곡의 순위에 항상 올라있다. 이 중 가을은 전 3악장으로 되어 있으며 제1악장은 가을을 맞이해 수확의 기쁨으로 흥겨운 사람들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2악장은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온화함으로 가을의 달콤한 잠을 즐기게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3악장에서는 동이 틀 무렵 사냥꾼들이 나팔과 총을 메고 개와 함께 집을 나서 짐승들을 쫓는 광경, 결국 총과 개들의 짖는 소리에 겁먹고 상처 입어 기진맥진 죽고 마는 짐승들의 모습 등 가을 사냥의 풍경을 음악으로 표현하고 있다.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 2악장’도 빼놓을 수 없다. 가을과 가장 잘 어울리는 곡으로 이미 정평이 나 있으며 모차르트의 유일한 클라리넷 협주곡이다. 모차르트는 이 곡을 만든 해에 세상을 떠났는데 당시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클라리넷을 위한 협주곡을 만든 것은 오로지 절친한 친구였던 클라리넷 주자 안톤 슈타틀러를 위한 일이었다고 한다.

관련기사



합창 음악 한 곡도 권하고 싶다. 라흐마니노프의 ‘베스퍼’(저녁기도) 중 6번째 곡으로 흔히 ‘아베 마리아’라고도 한다. 전 15곡이 모두 예술적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으며 러시아 정교회의 가장 위대한 음악적 공적으로 칭송받아 왔다. 라흐마니노프는 이 작품을 2주일도 걸리지 않고 일사천리로 완성했다고 하는데, 깊은 신앙의 숭고함을 오로지 사람의 목소리(아카펠라)로 표현한 대단한 명곡이다. 이 작품 중 6번째 곡은 알게 모르게 꽤 많은 영화의 배경 음악으로 사용되었고 가을의 스산함 속에 저녁노을이 지는 모습을 보며 감상한다면 더 큰 감동이 있을 거라 확신한다.

마지막으로 탱고의 황제 카를로스 가르델의 ‘당신이 나를 사랑하게 되는 날’(El dia que me quieras)을 추천한다. 수많은 탱고 곡 중 이 노래만큼 가을에 잘 어울리는 곡은 없을 것 같다. ‘당신이 나를 사랑하게 되는 날에 나의 꿈을 어루만져주세요 당신의 부드러운 속삭임의 호흡으로’라는 첫 가사는 가을의 로맨틱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나라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의 OST로 잘 알려진 곡으로 세계적으로 많은 성악가 특히 남미의 테너들이 즐겨 부르는 레퍼토리가 되었다. /테너

송주희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