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속도내는 삼성 지배구조 개편] 삼성전자·물산 분할...투자부문 통합해 '제조 지주사' 체제 가능성

'꼭짓점' 통합법인 지주회사가 물산지분 통해

전자 사업부문·전기·바이오 등 지배력 강화

11월에 바이오로직스 상장 땐 실탄 확보 가능

중공업·엔지니어링 합병...SDS 분할 할수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다음달 27일 주주총회를 통해 등기이사로 선임됨에 따라 사업재편에 이어 지배구조 개편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등기이사 선임은 그룹 경영에 대한 권한과 함께 책임도 지게 되는 것을 의미하는 만큼 효율적인 지배구조 구축을 위한 작업에 본격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그룹 경영을 맡은 지 2년 만에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 상장, 방산·화학계열사 매각,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같은 작업을 속도감 있게 성사시켰다. 이 같은 사업재편이 어느 정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이제는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전경.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다음달 등기이사로 선임되는 것을 전후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도 변화의 모습이 본격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경제DB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전경.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다음달 등기이사로 선임되는 것을 전후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도 변화의 모습이 본격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경제DB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분할 가능성 대두=삼성그룹의 지주회사 개편은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 부문과 삼성생명을 정점으로 한 금융지주회사라는 두 개의 큰 물줄기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이 각각 사업부문과 투자부문으로 분할한 뒤 두 회사의 투자부문을 통합해 삼성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를 만드는 방안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 선임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지배구조 개편에 경영전략의 우선순위를 둘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그룹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출자고리를 정리하기 위해 제조업과 금융 분야를 양대 축으로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지배구조 교통정리에 나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부회장이 선언한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서는 지배구조 손질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은 삼성전자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해 투자부문이 삼성전자 사업부문을 비롯해 삼성전기·삼성SDI·삼성SDS 등과 같은 전자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가 갖춰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인적분할은 회사를 분할한 뒤 신설법인의 주식을 기존 회사 주주들의 지분율대로 나눠 갖는 방식이다.


여기에 더해 삼성물산도 삼성전자와 같은 인적분할 방식으로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나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련기사



결국 삼성그룹 비(非)금융계열사의 경우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의 투자부문 통합법인을 지주회사 꼭짓점으로 해서 삼성전자 사업부문과 전자계열사, 바이오계열사 등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큰 그림을 갖추게 된다.

투자은행(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같은 지배구조가 구축되면 이 부회장 등 삼성그룹 오너 일가도 삼성물산 지분을 통해 삼성전자 등 보유지분이 적은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17.20%) 등 특수관계인은 삼성물산 지분 39.36%를 보유하고 있고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22%를 갖고 있다.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보유지분이 0.59%에 불과한 만큼 보유지분이 많은 삼성물산을 통한 우회적인 방법으로 삼성전자 지배력을 높이는 방안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는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



◇삼성전자 관련 계열사들, 변화 주목=삼성전자 임시 주주총회가 열리는 오는 10월27일을 전후해 비금융계열사들이 재무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굵직한 이벤트를 앞두고 있다. 우선 이달 30일에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영향권에 있는 삼성SDS가 물류사업 분할 여부를 재공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삼성SDS의 지분 22.58%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삼성SDS가 지난 7월 물류사업을 분할해 삼성물산과 합병하는 방안을 공식 부인하기는 했지만 아직까지도 유력한 방안으로 남아 있다. 11월에는 삼성전자가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중공업이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같은 달 삼성전자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장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 유상증자나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모두 삼성전자가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하면 삼성전자는 구주매출을 통해 약 8,230억원가량의 실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IB업계 관계자는 “유상증자나 지분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은 삼성전자나 삼성물산 인적분할 등 앞으로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재원으로 사용하지 않겠는가”라며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상장·증자·분할 등을 고려하는 것은 결국 지배구조 개편으로 귀착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배구조 개편과 맞물려 수면 아래 있던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도 수면 위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중공업이 11월 유상증자를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면 어느 정도 독자 생존이 가능해지고 지난달 13일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 시행으로 합병 조건도 유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도 “두 회사의 재합병 추진 계획은 없다”면서도 “삼성엔지니어링의 기술이 삼성중공업에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서정명·강도원기자 vicsjm@sedaily.com

서정명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