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인사이드 스토리]해상운임 상승에도 웃지 못하는 해운업

BDI지수 10개월래 최고

"부활의 서곡인가" 기대 속

화물 운송수요 정체 양상에

한진사태로 '불황전조' 우려





최근 전 세계 해상 운임이 10여개월 만에 최고치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한국 해운업계는 세계 7위 해운사인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돌입한 결과 빚어진 운임 상승을 반기기 어려운 처지다. 전 세계 해운사들도 이번 운임 상승이 해운업계 부활을 알리는 서곡이 될지, 더 큰 충격을 암시하는 전조일지 몰라 전전긍긍하기는 마찬가지다.


미주·유럽 등 주요 항로의 컨테이너선 운임 시황을 가늠할 수 있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최근 빠르게 올라 지난 14일 기준 794.10포인트에 도달했다. 이 지수는 올 1월에도 800선을 넘어섰지만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며 300선까지 떨어졌었다. 벌크선 운임 현황을 알려주는 발틱건화물지수(BDI)는 16일 기준 800포인트에 이르며 거의 11개월 만에 800선을 회복했다.

주요 해상 운임 지수는 지난달 말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개시 후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가 언제쯤 이어질지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해운 시장에 새로운 배는 끊임없이 유입되는데 이를 채워줄 화물 운송 수요는 정체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해운 전문 조사기관인 알파라이너는 올해 세계 컨테이너 선복량이 전년 대비 3.9% 오르는 반면 해상 수송 수요는 같은 기간 1~3% 남짓한 수준으로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최근 전망했다. 조선 조사기관인 클락슨은 오는 2019년이면 세계 컨테이너 선복량이 올해 대비 16.9%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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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운사들은 해상 운임 지수가 내년에도 계속 상승세를 이어갈지에 대해 회의적”이라며 “특히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세계 해운 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 감소를 우려하는 국내 업체들은 운임 상승 분위기를 체감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외국 해운업계도 한진해운 사태에 따른 어부지리보다는 해운업 불황이 더욱 매섭게 몰아치는 상황에 대해 염려하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해운 시장 대목인 4·4분기 전에 해상 운임이 상승 추세에서 반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야기했던 ‘리먼브러더스 사태’와 한진해운 법정관리를 비교하는 목소리도 많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무너지는 도미노의 시작점이 아닐까 하는 우려가 전 세계 해운 시장에 번지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세계 경기가 장기 침체를 벗어나야 해운업종도 근본적으로 살아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2008년께부터 시작된 해운업 불황이 적어도 10년은 계속된다고 해운업 종사자들은 예상하고 있다”면서 “외국 거대 선사들의 치킨게임에 맞서서 한국 업체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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