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신동빈 회장 20일 검찰 소환]풍전등화 롯데...오너 구속땐 계열사 각자도생

■시나리오별 롯데그룹의 미래

그룹 맡을 후임자 없어 큰 타격

투자·M&A 등 경영활동 올스톱

구속 피해도 계열사 CEO 압박

활동반경 좁아져 경영차질 불가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다. 이에 따라 12만명의 임직원을 거느린 한국 롯데그룹이 회사 설립 49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신 회장 수사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롯데그룹의 미래를 시나리오별로 분석해봤다.

◇신 회장 구속되면 계열사 ‘각자도생’=현시점에서 최대 관건은 신 회장 구속 여부다. 신 회장이 구속될 경우 지난 석 달 동안 ‘비상체제’로 운영되던 롯데 경영은 ‘전면중단’ 수준의 마비 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룹의 살림꾼으로 통했던 이인원 전 부회장이 지난달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운데 황각규 롯데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과 소진세 롯데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사장) 등 가신(家臣)들도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어 최종결재권자 역할을 할 인물이 없다는 게 그룹 안팎의 진단이다. 롯데 관계자는 “연말 인사는 물론이고 고용·투자·인수합병(M&A) 같은 모든 경영활동이 멈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경우 롯데그룹은 계열사별로 일단 독자경영 체제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의 지주사 격인 일본 롯데홀딩스를 이끄는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이 일본 시장을 총괄하고 한국 롯데는 각종 의혹을 받고 있는 가신그룹을 대신해 ‘제3의 인물’이 실권을 잡는 방식이다.


이때 신 회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마찬가지로 일종의 ‘옥중경영’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 회장은 지난 2014년 2월 실형이 확정된 후 옥중에서 ㈜SK와 SK C&C 간 합병을 단행하며 지배력을 단단히 다져 계열사를 휘어잡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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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국 롯데의 지주사로 볼 수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는 △광윤사(28.1%) △종업원지주회(27.8%) △투자회사 LSI(10.7%) △임원 지주회(6%) 등으로 주주가 구성돼 신 회장 개인의 지분이 거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옥중경영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구속 피해도 경영 차질은 불가피=다만 재계와 법조계는 신 회장이 구속될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상당히 낮을 것으로 예측했다. 대기업 총수가 검찰 조사를 받다가 긴급체포 형식으로 구속된 전례가 없는데다 ‘금고지기’로 불리던 이인원 부회장의 자살로 비자금 조성 의혹을 입증할 핵심 고리가 끊겼다는 것이다.

검찰 역시 “신 회장 구속 여부는 수사논리뿐 아니라 경제적 부분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 정할 계획”이라고 이날 밝혔다. 구속이 아닌 불구속 기소로 기울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신 회장이 구속되지 않는다고 해서 롯데의 경영 진공 사태가 완전히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재계에서는 검찰이 신 회장 대신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구속 수사하는 방식으로 신 회장을 압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롯데 정관계 로비에서 핵심 역할을 맡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강현구 롯데홈쇼핑 사장이 이날 구속 여부와 관련해 검찰 소환조사를 받았고 김치현 롯데건설 사장 역시 소환을 앞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현재는 노병용 롯데물산 사장만 구속수사를 받고 있지만 앞으로는 주요 계열사 CEO들로 이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롯데 전 계열사에 대한 전방위 압박이 들어올 경우 신 회장의 활동반경도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서일범·안현덕기자 squiz@sedaily.com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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