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경주에 발생한 진도 5.8규모의 강진 이후 19일 저녁 8시 33분 또다시 규모 4.5의 강한 여진이 발생하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경주역사유적지구 내 문화재의 피해 여부에도 관심이 쏠렸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은 “19일 23시 현재 육안 확인 결과 첨성대 등 중요 문화재는 추가 피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일주일 전 발생한 강진으로 경주 일대 문화재 60여 건에 피해가 발생했기에 추가 타격에 대한 우려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첨성대를 비롯해 다보탑 등 석조문화재는 탑의 중심축에 해당하는 심주석(心柱石)을 두고 차곡차곡 돌을 쌓아가는 방식으로 축조된다. 그런데 지진으로 이 중심축이 흔들렸을 경우 외관상의 피해가 당장 드러나지 않더라도 시간의 경과에 따라 탑이 추가로 기울거나 균열이 심각해질 수 있기 때문에 안심하기 어렵다.
앞선 경주지역 강진으로 국보 제 31호 첨성대는 2㎝ 가량 더 기울었고 윗부분 정자석이 5㎝나 벌어지는 피해를 입었다. 약간 기운 형태의 첨성대는 매년 1㎜ 정도 기울고 있었으나 이번 지진으로 20년 치가 단숨에 기울어진 셈이다. 마찬가지로 벽돌쌓기 방식의 석탑인 국보 제30호 분황사 모전석탑에도 일부 균열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국사 소재 문화재 중에는 국보 제 20호 다보탑의 난간석 접합부가 떨어져 나갔고 보물 제 1744호 대웅전의 지붕과 담장 기와 등이 파손됐다. 석굴암의 경우 눈에 띄는 피해는 없지만 일주문에서 석굴암 진입로에 낙석이 발생했다. 경주 남산 칠불암의 암벽에 새긴 국보 제 312호 마애불도 지반이 내려앉았고, 국보 제290호 양산 통도사는 대웅전과 극락보전 등에 균열이 생겼다.
문화재청이 진도 4.5 규모의 여진이 발생하기 직전인 18일까지 파악한 지진 피해 사례는 국가 지정 문화재 36건, 시도지정 및 문화재자료 24건 등이다. 보물 제 66호 경주 석빙고는 뒷면 벽 위쪽의 벽석이 약 3㎝나 튀어나왔고 보물 제 678호 청도 운문사의 석탑은 동탑의 윗부분인 옥륜부가 떨어져 나가고 서탑이 기우는 큰 피해를 입었다. 또한 포석정의 담장기와, 동궁과 월지의 건물 기와, 무열왕릉의 매표소 지붕, 김유신 장군묘의 흥무문과 신도비 파손 등 피해 신고가 잇따랐다.
한편 문화재청은 19일부터 소속 직영사업단과 전국의 문화재 돌봄사업단, 전통가옥 경상보수단을 피해지역으로 보내 복구작업에 착수한 상황이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피해가 확인된 문화재에 대해서는 23억원의 긴급보수비를 지원해 조속한 복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것이며 특히 기울기 변이 등이 발생한 첨성대는 과학적 정밀 안전진단과 문화재위원회 등의 심도있는 논의를 거쳐 적절한 보존방안을 조속히 마련할 계획”이라며 “강한 여진으로 인한 추가 피해를 정밀히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