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김형철의 철학경영] '반대 위한 반대'를 경청하라

연세대 철학과 교수

<32> 불평불만에 귀기울이는 리더

소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

조직 내 분란 일어나지 않고

편향된 시각 탈피할 수 있어

리더, 반대자들 가까이해야

김형철 연세대 철학과 교수김형철 연세대 철학과 교수


“99명의 찬성과 1명의 반대가 있을 때, 그 한 명의 목소리를 반드시 들어라.” 영국의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이 ‘자유론’에서 한 말이다. 왜 그럴까. 이유는 단순하다. 만약에 그 한 명의 의견을 들어본즉 진리로 판명이 난다면 우리는 자칫 진리를 듣는 기회를 영원히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오류로 판명 난다면 우리의 의견이 옳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재확인하게 되는 좋은 기회를 가지는 것이다. 소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조직에서 분란이 일어나지 않는 법이다.

어떤 조직에서 만장일치가 일어나면 그것은 가장 위험한 신호다. 구성원들이 다른 방식으로 생각할 여지가 완전히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것은 보트 안에서 모두가 한쪽 편에 몰려 있는 것 같은 아찔한 상황이다.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은 팀워크를 다지는 데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통일된 의견이 도출되는 과정만큼은 자유롭고 다양해야 한다. 리더가 편향된 시각을 몰아내려면 다양한 의견에 대한 다각도의 검토를 거쳐야만 한다.

조직 내 회의를 하다 보면 찬반양론이 맞서 어느 쪽으로도 결론이 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리더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찬성 입장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반대 입장을 옹호하도록 한다. 물론 반대 입장에 있는 사람에게는 찬성을 옹호하도록 한다. 어떤 일이 벌어질까. 예컨대 불황기에 가격 인하를 주장하는 사원에게 인상 쪽 입장을 설명하게 하고 반대일 경우에는 다른 주장을 펴게 하는 식이다. 처음에는 어색해하고 괴롭지만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는 한층 성숙한 입장을 갖게 된다. 무엇보다 자기의 원래 입장을 지지해야 하는 분명한 이유를 깨닫게 된다. 이런 변증법적 사고의 전환과정을 거치고 나서 자신의 원래 입장을 바라보면 그 시각이 달라지게 된다.


미국에 있는 한 글로벌 정보기술(IT)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는 회사의 명운을 가를 수 있는 중요한 정책을 절대로 확정된 형태로 전격 발표하지 않는다. 조직의 모든 구성원에게 초안(드래프트) 형태로 묻는다. “모든 직원은 이 초안에 한 가지씩 반대의견을 제시하시오!” 그냥 반대하라면 아무도 안 한다. 미국직장 문화에서도 상사에게 미운털 박히면 고생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같은 ‘반대하기에 동의하기(AGREE TO DISAGREE)’ 과정을 두세 번 거치고 나면 최종확정안이 나온다. 그 후에 실행단계에서는 단호하기 짝이 없다. 인텔의 앤디 그로브 회장이 쓰는 방법이다. 그리고 이것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 이래 서양철학의 객관정신이 가장 잘 드러나는 방식이다.

관련기사



미국에서 외국에 대사를 파견할 때 부대사 한 명을 동행시킨다. 이 부대사가 하는 역할은 대사가 중요한 사안에 결재할 때 그것을 하지 말아야 할 세 가지 이유를 반드시 제시하는 것이다. 대사가 결재하기 위해 그 세 가지 반대 사안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부하가 자신이 하는 일에 사사건건 반대하는 경우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는 부하를 멀리하지는 않는가. 자신의 사익을 위해 반대하는 사람은 내쳐야 한다. 그러나 순수하게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사람은 가까이하라. 그럴 때만이 자신이 저지를 수 있는 실수를 최소화할 수 있다.

조직 내 늘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사람들은 대개 왕따가 된다. 부정적 언어로 소통하는 사람들은 조직의 사기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책임의 80%는 리더에게 있다. 리더가 그런 사람에게 경청하면 뜻밖에 좋은 해결책을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나온다. 늘 ‘예스맨’들에 둘러싸여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불평불만을 일삼는 사람을 가까이하라. 소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조직의 리더가 직접 챙기는 프로젝트는 대개 실패하기 마련이다. 그 이유는 리더가 직접 챙기면 아무도 그에 대해서 이의를 달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장일치가 쉽게 나오는 것이다. “왜 진작 그 이야기를 하지 않았어”라고 다그칠 때는 이미 시기를 놓친 뒤다. 리더는 반대를 위한 반대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다. 누구든지 반대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라.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