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많이 받아서...안받아서... '난민문제' 홍역앓는 유럽

독일 '親난민정책' 거센 역풍에

메르켈 "책임 지겠다" 잘못 인정

'난민 거절' 헝가리는 비판 직면

내달 2일 수용 여부 국민투표

유럽이 난민 문제로 분열하고 있다. ‘난민의 어머니’로 불리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그가 이끌어온 유럽의 친(親)난민 정책에 따른 역풍으로 정치적 위기를 맞자 처음으로 정책 실패를 시인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헝가리에서는 오는 10월2일 난민할당제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국민투표를 앞두고 국론이 분열되는 등 난민 문제가 유럽 정치·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19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베를린 주의회선거 개표 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선거 결과가 자신의 난민정책과 관련돼 있음을 받아들이고 “기독민주당 당수로서, 연방 총리로서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럽으로 난민유입이 폭증했던 지난해 상황을 언급하며 “할 수 있다면 시간을 되돌려 독일 정부가 (난민 대응에 더 많은)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준비하게 노력하고 싶다”고 밝혔다. 독일 정부가 여론을 수용해 난민정책을 수정한 적은 있었지만 메르켈 총리가 잘못을 직접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난민 관련 정책에 대한 비판에 완강하게 대처해온 메르켈 총리가 전격적인 자기반성에 나선 것은 최근 선거에서 반난민 성향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치러진 베를린 주의회선거에서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민당은 직전 선거인 2011년 때보다 5.8%포인트 낮은 17.6%를 득표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저조한 수준이다. 반면 독일 국경에 장벽을 쌓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반난민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 ‘독일을위한대안당’은 14.2%를 얻었다. 대안당은 4일 메르켈 총리의 정치적 고향인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 의회선거에서도 기민당을 밀어내고 2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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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독일만의 문제는 아니다. 헝가리는 다음달 2일 유럽연합(EU)이 할당한 난민 16만명의 수용 여부를 두고 국민투표를 치른다. 지금까지 EU가 배정한 난민을 한 명도 받아들이지 않은 헝가리 정부는 ‘리비아에서 수백만명의 난민이 유럽으로 오고 있다’는 내용의 포스터를 붙이고 있으며 시민단체들은 ‘평범한 헝가리인이라면 난민보다는 UFO를 볼 일이 더 많을 것’이라는 문구를 길거리에 게재하며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난민수용 캠페인을 벌이는 단체인 ‘두 개의 꼬리를 가진 개’의 게르게이 코바치 대표는 “헝가리에서 지금처럼 증오가 확산됐던 시대는 없었던 것 같다”며 “(정부가) 악마를 끄집어냈다”고 비판했다.

나날이 악화하는 여론에 난민들도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리스 레스보스섬 난민캠프가 19일 불에 타 최대 4,000명의 난민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그리스 경찰은 용의자를 특정하지 않은 채 방화 가능성이 있다고만 밝혔다. 현지 스카이방송은 난민들 사이에 망명신청이 더디게 처리된다는 불만이 있었으며 최근 그리스 정부가 이들을 터키로 이송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불안감이 증폭됐다고 설명했다.



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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