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보험

[변혁기 보험산업, 미래를 준비하라] GA로 이탈에 고령화...생보 전속설계사 판매비중 19%로 급감

<1>사라지는 전속 조직

전속 조직 3년새 생보 12%·손보 14%나 줄어

대면영업 실적 악화·고수익 상품 개발도 차질

기존 계약고객까지 이탈 등 보험산업 근간 흔들

쌍방향 소통 판매·비대면 채널 믹스 전략 필요



김용범 메리츠화재 사장은 지난 7월 파격적인 조직개편 실험을 시작했다. 기존 설계사 및 영업 지원조직으로는 급변하는 보험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영업 관리 및 지원인력을 대대적으로 줄이기로 결정했다. 대신 전속 설계사들에게는 업계 최고 수준의 대우를 약속했다. 전국 12개 지역본부, 221개 점포 체제였던 기존 영업조직을 102개 본부로 통폐합했고 영업 관리·지원인력은 200명 정도 줄였다. 대신 전속 설계사 수당 체계는 상향 개편해 기존 초회 보험료의 700% 수준이었던 모집 수수료를 1,000%까지 높여 독립대리점(GA)과 거의 같은 수준으로 맞췄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사업비를 줄인 만큼 설계사 지원비용을 늘린 셈”이라며 “수당 체계 개편으로 전속 설계사들의 GA로의 이탈 요인을 없앴을 뿐 아니라 경쟁력 있는 신규 설계사들의 유입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GA의 급성장, 은행·인터넷·모바일 등 새로운 판매 채널의 영향력 확대로 전속 설계사를 앞세운 대면영업이 회사 전체 영업실적에 예전만큼 기여하지 못하면서 전속 설계사 채널 운영 방식을 놓고 보험사들의 고민이 깊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속 설계사 수는 생명보험이 10만2,148명, 손해보험이 8만1,148명으로 3년 전과 비교하면 각각 12.3%, 14.6% 줄어들었다. 전속 설계사의 보험 판매 비중도 줄어 생보의 경우 이들의 비중이 2008년 39.7%에서 지난해에는 19.5%까지 축소됐다. 반면 GA 설계사는 2010년 3월 말 기준 12만1,000명에서 2015년 6월 말 기준 19만2,000명으로 급격히 성장했다. 상당수 전속 설계사가 GA행을 택했음을 보여주는 대조적인 수치다.


전속조직의 축소는 영업은 물론 상품 개발 전략에도 영향을 준다. 충성도 높은 전속조직에는 판매가 어렵지만 수익성이 좋은 상품을 맡길 수 있는 반면 GA를 비롯한 다른 외부 채널을 통해서는 이 같은 상품 판매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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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속 설계사의 절대적 숫자 감소와 더불어 보험사들이 고민하는 또 다른 문제는 잔존 전속 설계사의 고령화다. 인구의 전반적인 고령화 영향도 있지만 과거에 비해 설계사라는 직업을 택하는 젊은 구직자가 크게 줄면서 생보 전속 설계사의 경우 20~30대 비중이 2007년 46.5%에서 지난해에는 25.9%까지 급감했다. 반면 같은 기간 50대 설계사는 12.0%에서 29.0%로 늘어났다. 이런 추세라면 미국이나 일본 보험 시장처럼 설계사 신규 유치조차 어려워질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한 후 청년들의 직업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서 보험 설계사로 눈을 돌리는 젊은층이 줄어들기도 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시대상을 반영한 신상품이 등장하는 주기가 계속 짧아지고 있고 보험과 정보기술(IT)의 접목도 강화되고 있는데다 설계사의 금융지식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다”며 “이 때문에 보험사 대부분이 젊은 설계사를 늘리고 싶지만 현실은 쉽지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석영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속 설계사 감소나 고연령화 추세, 그 자체를 바꾸려고 하기보다는 변화 안에서 대안을 찾을 것을 권했다. 김 연구위원은 “보험상품은 기본적으로 ‘구매’하는 상품이 아니라 ‘판매’하는 상품”이라며 “온라인 채널은 판매에 한계가 있는 만큼 보험사들은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설계사 채널과 비대면 채널의 믹스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단순한 구조의 상품은 온라인 판매 비중이 늘겠지만 기대수명의 연장과 기술 발전 등으로 최근 나오는 복잡한 상품의 판매는 대면 채널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설명이다. 또 김 연구위원은 “전속 설계사들이 재무설계나 건강관리 같은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인구 고령화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 고연령 설계사들이 고객 눈높이에 맞출 수 있도록 고연령 설계사 조직을 운영해보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전속 설계사는 판매수당뿐 아니라 채용에서 교육, 정착 지원에 이르기까지 채널 유지·운영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일부 보험사들은 비용 절감 차원에서 방카슈랑스나 GA 제휴 등으로 눈을 많이 돌렸다”며 “하지만 이탈 등으로 인한 전속 설계사의 감소는 결국 보험사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기존 계약고객의 이탈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전속조직의 안정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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