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신동빈 회장 소환으로 롯데그룹 경영 비리 의혹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로 접어든 가운데 신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 상당수도 재판정에 서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이달 말께 신 회장을 비롯해 부친인 신격호(94) 총괄회장과 형 신동주(62) SDJ코퍼레이션 회장, 일본에 도피 중인 신 총괄회장의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56)씨 등을 기소할 방침이다. 이미 구속기소된 신 총괄회장의 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까지 포함하면 신 총괄회장 일가에서만 5명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지는 것이다.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 중인 신 회장과 구속기소된 신 이사장을 제외한 나머지 총수 일가는 모두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 총괄회장의 경우 수천억원대 탈세와 배임 등 혐의를 받고 있지만 고령과 건강 이상 등 사정을 고려해 불구속 기소할 방침이다. 앞서 검찰은 신 총괄회장이 건강 문제로 소환 조사를 받기 어렵다고 판단, 9일과 10일 두 차례 방문 조사를 했다.
검찰은 신 총괄회장의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가 일본에 체류하면서 끝내 검찰 수사를 거부하기로 마음을 정한 것으로 보고 재산 압류 등 강제조치에 들어갔다. 검찰은 이날 국세청과 함께 서씨의 부동산 등 국내 전 재산에 대해 압류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탈세와 관련해서 앞으로 추징 및 세액 납부를 담보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서씨의 여권을 무효로 하고 강제입국 조치에 들어갔지만 여기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해 조사 없이 불구속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기소된 후 재판에는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재판에 두 차례 이상 무단 불출석할 경우 관행상 구속영장이 발부되기 때문에 재판까지 거부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서씨와 함께 일본에 머물며 검찰 조사를 거부하고 있는 서씨의 딸 신유미씨는 일본 국적자여서 강제 소환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신동주 회장은 롯데 주요 계열사에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려만 두고 특별한 경영 활동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년간 400억원대 급여를 받아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다. 신 회장은 앞선 검찰 조사에서 “급여가 지급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총괄회장의 맏딸인 신영자 이사장은 앞서 롯데백화점 입점 청탁 등을 대가로 14억여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지난 7월26일 구속 기소된 상태다. 신 회장에 대해 검찰이 불구속 기소 방침을 내릴 경우 오너 일가 중 유일한 구속 기소 대상자가 된다. 7월7일 구속된 신 이사장은 지난 12일 재판부에 보석 신청서를 낸 상태다. 오너 일가가 사실상 모두 재판정으로 넘겨진 롯데그룹은 경영권에 문제가 생길 우려가 있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오너 일가에 적용된 혐의가 입증이 쉽지 않고 수사의 핵심 목표였던 ‘비자금 조성’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한 근거를 찾지 못한 만큼 법정 공방을 통해 ‘최악의 상황’은 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