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20일 “강진에서 불러일으키신 다산의 개혁정신으로 나라를 구하는 데 저를 던지고자 한다”면서 “제가 무엇이 되는지를 보지 마시고 제가 무엇을 하는지를 지켜봐 달라”며 사실상 대권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머지않은 시기에 여러분 곁을 떠날 것”이라며 강진 토담집에서 하산할 뜻을 밝히기도 했다.
손학규 전 상임고문은 이날 강진아트홀에서 열린 ‘강진에 거주하면서 본 강진 희망’이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좌절에 빠진 다산을 다시 일으켜 찬란한 개혁사상을 탄생시킨 강진이 부족한 저에게도 꾸지람 반, 격려 반으로 대한민국의 근본 개혁에 대해 더 고민하도록 부추겨주셨다”며 “개혁하지 않으면 나라가 망할 것이라고 하신 다산의 절박함을 저 손학규가 받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에 행사장에 운집한 700여명의 지지자들은 “손학규 대통령”을 연호하며 화답했다.
그는 이어 “다산은 경세유표 서문에서 ‘이 나라는 털끝 하나인들 병들지 않은 게 없다, 지금 당장 개혁하지 않으면 나라는 반드시 망한다’고 썼다”며 “개혁하지 않으면 나라가 망할 것이라 하신 다산의 절박함을 저 손학규가 받들고자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제가 무엇이 되는지를 보지 마시고 제가 무엇을 하는지를 지켜봐 달라”고 강조했다.
손 전 고문은 “나라가 정말 어렵다”며 “중산층과 서민의 삶은 무너지고 특권층의 탐욕과 부패는 공동체의 믿음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신뢰와 희망이 사라진 거리에 절망과 분노의 언어들이 넘쳐나고 나라를 짊어지고 갈 젊은이조차 미래에 대한 불안과 낙담 속에 길잃고 방황하고 있다”면서 “설상가상으로 거듭되는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그리고 남한의 사드(THAAD) 배치 결정으로 남북 긴장이 고조되고 나라와 민족의 운명이 한순간에 결단 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엄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학규 전 고문은 “저는 정의로운 사회,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들어 저녁이 있는 삶을 국민께 드리겠다는 꿈을 갖고 정치를 시작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이곳 강진 만덕사 기슭에 자리 잡은 지 2년이 넘었다”면서 “이곳에 살면서 제 삶에 대해 많은 것을 반성하고 극심한 불평등과 부정에 고통받는 국민, 온갖 특권을 누리면서 국민을 멸시하는 소수의 기득권 세력, 국민을 무시하고 총체적 무능에 빠진 정치 등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시간도 가졌다”고 말했다.
손 전 고문은 이 강연을 끝으로 강진 칩거 생활을 끝내고 10월께 서울에서 대선 행보에 본격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손 전 고문은 더불어민주당의 당적을 유지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강진=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