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BOJ 추가 금융완화] '물량'서 '금리'로 통화정책 전환…잃어버린 신뢰 회복할지는 의문

장기금리 조작해 인플레 유도

물가 2%때까지 완화책 지속

"시장 혼란만 커질것"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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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가 지난 1월 마이너스 금리정책 도입을 발표한 지 8개월 만에 또다시 실험적 통화정책으로 시장을 놀라게 했다. 추가 자산매입, 금리 추가 인하, 정책 동결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여온 시장을 향해 구로다 총재는 ‘장기금리 조작’이라는 제4의 카드를 뽑아들며 BOJ가 통화정책의 틀을 종전의 물량 중심에서 금리 중심으로 전환했음을 알렸다.

지난 3년여 동안의 금융정책 ‘총괄 검증’을 예고하며 지난 2개월 동안 시장에 온갖 억측을 불러일으켰던 이날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머리를 맞댄 BOJ 정책위원들이 발표한 새로운 정책 내용은 크게 두 가지. 마이너스로 추락한 10년물 장기 국채금리를 0% 수준에서 유지하고 BOJ가 목표로 삼은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2%를 달성하기 전까지는 금융완화 정책을 지속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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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매입 규모와 단기금리는 각각 연간 80조엔과 -0.1%를 유지하되 추가로 국채 장기금리를 공개시장 조작의 목표로 삼아 마이너스 금리의 부작용을 막고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높이겠다는 의도다. 지금까지 BOJ가 매입해온 국채는 만기가 평균 7~12년 남은 국채였지만 이번 회의에서 매입 국채 만기에 관한 가이드라인도 폐지했다. 이 같은 정책전환은 대규모 국채매입이 장기화하면서 BOJ가 시중에서 사들일 수 있는 국채 물량 확보가 한계에 부딪힌데다 올해 2월 예금금리를 마이너스로 낮춘 후 장기물인 10년 만기 국채금리까지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치며 금융기관의 수익성이 급속도로 악화하는 상황에서 마이너스 금리 폭을 추가 확대할 수도 없다는 현실이 배경이 됐다. BOJ가 단기국채 매입을 늘리고 장기국채 매입량을 줄여 장기금리를 0% 수준에서 유지할 수 있다면 장단기 금리 차이가 다시 벌어지면서 금융기관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도 높아질 수 있다. BOJ는 0%보다 낮은 금리의 채권을 매입할 필요가 없으므로 시중 국채가 고갈될 우려도 없어진다.


여기에 더해 BOJ는 CPI 상승률 2% 목표 달성 시한을 없애고 물가가 회복될 때까지 금융완화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기대와 함께 시장에 불거진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금융완화 종료 우려를 잠재우고 디플레이션 탈출의 확고한 의지를 다진 셈이다. 구로다 총재는 “보다 지속적이고 유연한 정책 틀”이라며 “2% 목표 달성이 늦춰지는 것이 아니라 완화정책을 통한 목표 달성을 보다 확실하게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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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BOJ의 새로운 실험에 대해 시장에서는 벌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선 장기금리 유도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 구로다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단기금리(정책금리)보다 조작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충분히 가능하다”고 확신했지만 시장에서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는 금리를 일정 수준으로 통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양적완화 동결에 대해 시장 일각에서 “사실상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의 시작 아니냐”는 의문마저 제기되는 상황에서 시장의 긍정적인 반응이 지속될지도 불투명하다.

무엇보다 인위적인 장기금리 조작이 시장에 몰고 올 부작용을 배제할 수 없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BOJ의 금리 개입이 강화되는 데 대해 미즈호증권의 우에노 야스나리 이코노미스트 등 전문가들이 ‘금리형성이라는 채권시장 기능의 상실’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통상 장단기 금리 차이는 주가 상승과 통화 약세, 물가 상승의 결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장단기 금리 차이를 인위적으로 벌려 경기를 부양하려는 정책이 시장에 또 다른 혼돈을 초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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