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위원회는 환경변화에 맞춰 민심을 효과적으로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기구다. 하지만 일부 위원회는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 없었다”며 회의조차 열지 않았다니 존재이유마저 의심하게 할 정도다. 게다가 매년 7차례씩 회의를 개최했다고 보고했지만 대부분 서면으로 대체하거나 민원인 한 명을 불러 의견을 청취하고 회의비를 타가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한다. 역대 정부도 이런 폐단을 의식해 위원회를 대대적으로 정비하겠다고 나섰는데 하나같이 공염불에 그쳤을 뿐이다. 지난해 전체 위원회를 95개나 줄이겠다고 했던 행자부도 마찬가지다.
이런 측면에서 공직사회의 복지부동 풍조가 ‘위원회공화국’을 조장했다는 지적은 귀담아들을 만하다. 정부 정책의 들러리를 세우거나 책임회피를 위해 명목상 위원회를 만드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권 말기면 위원회가 우후죽순처럼 양산되는 구태를 되풀이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위원회가 위인설관의 도구가 되다 보니 공공개혁의 명분까지 스스로 허물어버리는 꼴이다.
정부는 불요불급한 위원회 신설을 최대한 억제하는 한편 필요한 경우라도 기존 위원회와 통합 운영하는 등 엄격한 관리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법안만 만들면 무조건 위원회 신설을 집어넣는 국회의 책임도 빼놓을 수 없다. 이제는 방만한 위원회를 통제하기 위해 1대1 대응으로 규제하는 총량제 개념을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