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IB&Deal

[국민연금 '옥시 관련株' 매도] 이마트·GS리테일 등 5곳... 보유지분 최소 10% 이상 줄여

운용에 '책임투자'까지 고려

강면욱 CIO 문제기업 강력 경고

다른 국내 위탁 운용사들도

해당기업 투자 축소 가능성

국민연금의 가습기 살균제 직간점 가해 기업 주식투자 현황국민연금의 가습기 살균제 직간점 가해 기업 주식투자 현황


국민연금이 가습기 살균제 관련 기업의 주식을 매도한 것은 국민연금이 경제적인 관점에서 수익률 증대에만 목을 매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책임 투자도 고려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져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책임투자는 환경·사회·지배구조 등으로 대표되는 기업의 비재무적 성과를 재무적 성과와 동시에 고려해 투자 기회를 제한하지 않는 범위와 수준 내에서 투자 의사 결정에 반영하는 투자 전략으로 최근 해외 선진국 연기금을 중심으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현행 국민연금법에는 지난 2015년 1월 관련 조항이 신설됐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국민연금은 가습기 살균제 가해 기업처럼 당장 재무적으로 손해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사회에 큰 문제를 일으켰을 경우 중장기적으로 회사의 재무 상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수 있다.


실제 국민연금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일부 시민단체들이 피해보상을 위해 해당 기업에 개별 소송전을 벌이는 데 이어 집단소송제 도입까지 촉구하고 있어 투자 기업 재무구조에 부담이 될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기금운용본부 실무진 사이에서는 사회적 책임투자가 의무조항이 아닌데 굳이 주식 투자 비중 축소에 나서야 하느냐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2011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사망한 사람이 701명(환경운동연합 발표 기준)에 달할 만큼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고 해당 기업들이 재무 악화로 향후 투자 손실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강면욱 국민연금 본부장이 결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강 본부장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논란이 된 기업들을 직접 방문하거나 관계자들을 만나 우려의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대응방안을 묻는 등 사회적 책임투자를 단행하기 위한 사전 조치들을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가장 큰 논란이 된 영국 기업 옥시에 대해서도 사태 수습과 관련해 예의주시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옥시의 영국 본사인 레킷벤키저그룹 최고경영자(CEO)인 라케시 카푸어는 21일(현지시간) 영국 본사를 찾은 국회 가습기 살균제 진상조사특별위원회 위원들과 피해자 가족 앞에서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한국 소비자들께 건강상 고통과 사망에 이르는 피해가 발생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며 뒤늦은 사과를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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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의 가습기 살균제 관련 기업의 주식 투자 비중 축소는 향후 국내 위탁운용사들의 움직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은 포트폴리오 조정이 상대적으로 쉬운 직접투자 비중을 줄였지만 이번 조치가 다른 위탁 운용사들에 일종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주식의 경우 국민연금이 기존에 보유한 지분보다 최소 10% 이상씩 줄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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