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사회간접자본(SOC)을 총괄하는 국토교통부는 지난 22일 영남지역을 중심으로 교량·터널·댐·공항 등 기반시설을 특별점검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특별점검으로 상대적으로 지진에 취약하다고 확인된 시설의 내진보강을 앞당길지 향후 결정할 방침이다. 특히 내진보강을 마친 시설에 대해서도 적절한 보강이 이뤄졌는지도 특별점검 결과를 토대로 판단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또 기반시설에 적용하는 내진설계기준 강화 여부는 연구용역을 발주해 내년 상반기까지 결정하기로 했다. 현재 공항·도로·철도·수문·댐 등은 각각의 설계기준에 맞춰 규모 6.0∼6.5의 지진까지 견디도록 설계되고 있지만 경주에서 국내 사상 최대인 규모 5.8의 지진이 일어나자 내진설계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SOC 특별점검이 영남지역에 한정돼 있고 내진 설계가 적용되지 않은 기존 시설물의 내진보강을 촉진할 핵심방안은 제외돼 반쪽짜리 대책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토부 소관 SOC 시설 전체 2만2,436곳 가운데 내진성능이 확보 안 된 시설은 8.5%인 1,909곳에 달한다.
이날 출범한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안전 자문위원회’도 비슷한 지적을 받고 있다. 원전, 석유 등 에너지 분야별 전문가 협력을 통해 연말까지 에너지 안전종합 대책을 내놓기로 했지만 원전 시설이 몰린 경주지역에 강진이 잇따라 일어나자 추가 원전 건설에 대한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급조한 회의가 아니냐는 설명이다.
민간연구기관의 한 연구위원은 “이번 지진은 세월호, 메르스 때와 마찬가지로 안전사고에 대한 대응 메뉴얼 부재를 드러낸 것”이라며 “후속 대책이 실효성을 발휘하려면 정부에 대한 국민 불신을 해소하는 게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