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서경이만난사람 ] 윤종용 "어려운 시기에 '물새 날아가는 소리'만...정치권 정신 차려야"

윤종용 한국공학교육인증원 이사장

4차 산업혁명위해 규제완화 시급한데 되레 기업활동 옥죄

中과 전면승부 피하고 고급화·고부가 전략으로 차별화를

저출산·고령화 심각...해외 인력 적극적 이민정책 세워야

윤종용(사진) 한국공학교육인증원 이사장(전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4차 산업혁명 등 경제 재도약을 위한 여러 의견을 밝히고 있다./권욱기자윤종용(사진) 한국공학교육인증원 이사장(전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4차 산업혁명 등 경제 재도약을 위한 여러 의견을 밝히고 있다./권욱기자




윤종용(사진) 한국공학교육인증원 이사장(전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4차 산업혁명 등 경제 재도약을 위한 여러 의견을 밝히고 있다./권욱기자윤종용(사진) 한국공학교육인증원 이사장(전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4차 산업혁명 등 경제 재도약을 위한 여러 의견을 밝히고 있다./권욱기자


“지금이 참 어려운 시기인데 정치권은 (현실과 맞지 않는) 물새 날아가는 소리만 하고 있어요. 국회와 정부는 규제를 풀고 기업인이 마음껏 경영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내년 12월 대선에 출마하려는 여야 지도자들도 국가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 넓게 생각했으면 합니다.” 윤종용(사진) 한국공학교육인증원 이사장(전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4차 산업혁명 등 갈 길이 먼데 기업활동을 위축시키는 사회 분위기가 여전하다며 이같이 우려했다. 삼성에서 42년간 몸담은 그는 2008년까지 18년 동안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로 활약했다. 2010년까지 6년간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으로 일하며 과학기술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일에 앞장섰고 2015년까지 3년간 국가지식재산위원장도 맡았다.


대담=고광본 정보산업부장 kbgo@sedaily.com

윤 이사장은 “5,000년의 인류 역사를 보면 최근 100년 동안 가장 급박하게 환경이 변화해왔고 국내외 문제로 큰 혼란을 겪고 있다”며 “위기의 상황을 헤쳐나갈 사람들이 사회 지도층과 지식인, 특히 정치인들인데 너도나도 ‘물새 날아가는 소리’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단적인 사례로 경제민주화를 꼽은 그는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이 국가경영의 최고 목표가 된 오늘날 경제민주화 명목으로 사유기업을 ‘사회기업화’하려는 발상으로 규제하는데 이는 한심한 포퓰리즘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며 “규제가 많으면 부정부패가 싹트기 마련이고 한국의 부패 인식지수가 낮은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회 개혁의 가장 큰 걸림돌은 입법부”라며 “정부와 기업의 규제완화 노력에도 여전히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는데 정치인들의 사고방식과 행동을 보면 농경사회와 다를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정치인들이 국제 정세를 읽는 능력도 부족하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윤 이사장은 “중국은 14세기까지 인도와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강한 국가였다”며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함께 G2가 됐고 조만간 G1이 될 수 있는 나라인데 대처가 아쉽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일부 정치인들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가 군사적으로 소용이 없다고 하는데 상대가 원자탄과 미사일 들고 앞을 막는데 우리는 맨손으로 싸우자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무엇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이 자국 이기주의를 주창하는 상황에서 지금처럼 정치권이 안이하게 대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저출산 고령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해외로부터 이민을 과감히 받아들이는 등 이민정책의 변경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내놓았다. 그는 “2017년부터는 생산가능 인구가 감소하는 등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심각하다”며 “이민청을 세워 분산된 관련 업무를 일원화하는 등 적극적이고 종합적인 이민정책을 펼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이민 대부분이 결혼이주여성들이지만 우수 인력과 노동자의 이민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며 “교육이 백년지대계라면 이민은 이보다 더 큰 백년지대계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이사장은 기업인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기업은 국가경제의 중심축”이라며 “기업가 정신을 고양시키고 기업 활동을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기업 없이 경제성장을 바라는 것은 허망한 망상”이라며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다양한 규제를 과감히 철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60~1970년대처럼 기업에 대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윤 이사장은 “경제발전에 큰 기여를 한 KIST와 KAIST 같은 연구기관들을 다 그때 만든 것 아니냐”며 “4차 산업혁명은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이 사람을 키우고 기존 과학기술 위에 나노·바이오·인공지능(AI)을 융복합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르는 사람들이 정부정책에 왈가왈부하지 말고 전문가에게 맡겨야 하고 낙하산 인사를 없애고 공무원은 로열티와 애국심,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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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주요 정책과제인 창조경제에 대해서는 개념이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한국공학한림원장 시절 ‘농산업경쟁력위원회’를 만들어 농업을 과학기술과 접목할 방법을 모색했던 그는 “창조경제가 창의력만이 경제를 발전시킨다는 의미라면 대한민국에서 창조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은 10%도 안 될 것”이라며 “농사 짓고 생선 잡고 대장간에서 일하는 사람도 창조경제를 만들 수 있으며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아이디어를 내고 좋은 제품을 만들면 그게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것이지 꼭 첨단과학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첨단산업만 가지고 발전할 수 없어 여러 분야에 고루 투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 이사장은 “제조업 경쟁력이 강해져야 서비스업도 발달할 수 있다”며 “독일은 자동차·정밀기계·정밀화학·제약 등 아직도 많은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 최강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도 리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도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시켜 나가야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중국과의 전면 승부는 피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윤 이사장은 “중국은 G2를 넘어 G1에 오를 나라여서 중국과 전면전을 펼쳐 승부하기가 어렵다”며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개발하고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우리의 의료서비스, 뷰티(미용), 문화 콘텐츠 상품들이 중국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며 “이런 쪽으로 성능·품질·디자인·브랜드 등 고급화와 고부가가치 전략을 추구해 차별화를 꾀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가지식재산위원장 시절 특허권 등 지식재산권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정책 방향을 제시한 그는 “국내 특허 출원은 지난해 기준 세계 5위지만 특허와 콘텐츠 침해에 대한 손해 배상은 미미한 수준이어서 재임 중 ‘특허소송 관할집중’ 제도 도입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관련법이 지난해 국회를 통과해 시행돼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오는 28일부터 시행되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대해서는 조금 무리한 측면은 있으나 긍정적 측면이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한국경제 침체 원인 중 하나가 사회지도층의 부정부패 때문이라고 보는 견해가 있다”며 “장기적으로 사회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만들어 줄타기를 없애고 인맥과 지연이 약화되면 공정한 사회를 만들 수 있으며, 특히 낙하산 인사가 사라지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민간은 물론 공공 부문 조직을 공정하게 바꿔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이나 당장 피해를 보는 분야에 대해서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리=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1944년 경북 영천 △1966년 서울대 전자공학과 졸업 △1966년 삼성그룹 입사 △1977년 삼성전자공업 도쿄지점장 △1985년 삼성전자 종합연구소장 △1988년 삼성전자 전자부문 부사장 △1990년 삼성전자 가전부문 대표이사 △1992년 삼성전자 가전부문 대표이사 사장 △1992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 △1994년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 △1995년 삼성그룹 일본본사 대표이사 사장 △1997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2000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2002년 한국공학교육인증원 이사장 △2004년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이사장 △2005년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2012년 국가지식재산위원장

김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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