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자살하는 이들의 상당수는 한강 다리에서 뛰어내리거나 철로 및 고층 건물 옥상에서 몸을 던질까.
전문가들은 충동적 자살의 대표적 유형으로 이 같은 투신을 꼽고 있으며 고층 빌딩이 많은 환경적 측면도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청소년 10명 중 6명꼴로 충동적 투신을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5일 통계청과 경찰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04년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살률 1위 타이틀을 12년째 유지하고 있다. 2014년 기준으로 하루 평균 38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며 이들 가운데 8명이 다리·건물·열차선로에서 투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세 미만 청소년 자살 유형 가운데 투신이 56,9%로 압도적이다. 투신자살이 충동적 결정을 내리기 쉬운 10대 청소년들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난 셈이다. 자살이 청소년 사망 원인의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청소년 자살자의 상당수가 스스로 몸을 던지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환경적 영향도 크다. 고층빌딩이 많은 특성으로 인해 선진국일수록 투신자살이 많이 이뤄진다는 얘기다. 자살을 결심하고 이를 실행하기로 마음 먹었을 때 주변의 가깝고 익숙한 장소를 선택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나미 이나미심리분석연구원 원장은 “대도시는 기본적으로 남을 밟고 올라가야 하는 경쟁구조를 보인다”며 “평생 높이 올라가려는 욕구와 성공에 대한 강박감 때문에 피로감이 누적돼 있으며 투신자살이 많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정택수 한국자살예방센터장도 “청소년 투신 자살률이 높아지자 정부가 아파트 옥상을 폐쇄하는 대책을 내놨다가 오히려 주민들의 비난을 받았다”며 “그보다는 감정조정에 익숙하지 않은 청소년들이 충동적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게 학교 현장이나 가정에서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전체 자살자 연령을 봐도 2014년 한 해에만 1만3,836명이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 전체 자살자 수는 해마다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지만 투신해 목숨을 끊는 사례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투신 자살률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2,532명으로 전체의 18% 가량이다. 5명 가운데 1명꼴로 한강의 다리나 고층 건물에서 뛰어내리거나 지하철이나 열차의 선로에 몸을 던졌다.
성인은 가정·경제적 위기에 떠밀려, 청소년은 교우 관계나 입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못 이겨 극단적 선택을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어떤 이유에서건 스트레스에 노출됐을 때 스스로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충동적 선택을 하는 이들에게 따뜻한 관심과 배려의 손을 내밀 수 있는 사회적 안전장치가 더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성욱·양사록기자 secre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