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TTIP 연내 타결 무산...EU “오바마 임기내 어려워”

美-EU 묶는 사상최대 경제권

협상개시 4년만에 사실상 좌초

EU내 반대 목소리, 美보다 커

내년 협상 재개여부도 불투명

역사상 최대 규모의 경제권 형성을 목표로 한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무역협정인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협상의 연내 타결이 사실상 무산됐다. 협상 당사자인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임기가 불과 5개월도 남지 않아 더 이상의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이유에서다. EU 측은 미국 차기 행정부와의 협상 재개 가능성을 열어놓았지만 미국 내 자유무역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비등하고 유력 대통령 후보들도 무역협정에 반대하거나 소극적인 입장이어서 재개 여부는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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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EU 회원국 통상장관들은 의장국인 슬로바키아의 수도 브라티슬라바에서 회의를 열고 TTIP의 연내 타결이 어렵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회의를 주재한 피터 지가 슬로바키아 통상장관은 “토론 결과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올해 말까지 TTIP 협상을 마무리 짓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EU 무역위원은 “모든 장관들이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 전까지 결론을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표했다”고 설명했다. 2013년 개시된 TTIP 협상은 13차 협상을 끝으로 막을 내리게 됐다. 다음달 3일로 예정된 14차 협상은 취소될 가능성이 높다.다만 EU 통상장관들은 이날 회의에서 장기적으로 TTIP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인식을 같이하고 미국에 새 정부가 출범하는 대로 협상을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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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유럽 간 안보기구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경제 버전으로 주목받은 TTIP는 글로벌 경기 부진과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보호무역주의가 대두되면서 난항에 부딪혔다. WSJ는 “대서양 양쪽에서 반세계화(Antiglobalization) 정서가 확산되면서 TTIP에 대한 정치적 지지가 약해졌다”고 지적했다. TTIP에 대한 반대 목소리는 미국보다 유럽에서 한층 높았다. 특히 TTIP 발효 시 페타 치즈, 파르마 햄, 샴페인 등 식료품 산업이 큰 타격을 받으면서 지방 경제가 고사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했다. 19일부터 수십만 명이 참여한 가운데 독일 7개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TTIP 반대 시위가 이번 EU의 협상 중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TTIP 협상 결렬의 실질적 책임은 EU 측에 있다는 지적이 많다. ‘미국 대통령선거 임박’은 TTIP 협상 중단을 위한 EU 측의 정치적 핑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EU의 협상 중단 선언에 대해 미국이 불쾌감을 표시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맷 매컬버너 미국 무역대표부 대변인은 이날 “EU 집행부와 EU 회원국의 정치적 의지만 있다면 올해 안에 협상 타결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협상 결렬을 EU 탓으로 돌렸다. 그는 “미국은 여전히 TTIP 협상을 진전시킬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미 언론들은 “차기 행정부의 주인이 누가 되든 TTIP 협상 재개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U 핵심 국가인 프랑스를 비롯한 일부 회원국이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데다 노골적인 ‘고립주의’를 표방한 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후보보다 개방적 색채가 강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조차 여론을 의식해 자유무역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Brexit)도 TTIP 협상 재개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요인이다. 영국은 EU 내에서 TTIP에 가장 우호적인 국가이자 미국의 강력한 우방이기 때문이다. 또 내년부터 영국의 EU 탈퇴 협상이 본격화되면 TTIP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TTIP 협상은 무기한 보류됐지만 EU와 캐나다 간 포괄적 경제무역협정(CETA)은 예정대로 내년에 정식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EU 통상장관들은 2014년 타결된 CETA를 다음달 27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EU 방문에 맞춰 공식 서명하고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김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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