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핫이슈] 현대차 명분없는 잦은 파업에 내부균열...염증느낀 일부 노조원들 이탈

■협상안 부결시켜 놓고 파업 뛰어든 현대차 노조

집행부·현장조직간 '勞勞갈등'

올해만 20번째 파업에 업무차질

일부는 파업 대신 불 끄고 근무

사측 "노조 이견부터 해소하라"

정부도 "13억弗 수출 차질 우려

조업 정상화 위해 힘써야" 호소



현대자동차 내부의 노노(勞勞) 갈등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임금 협상 잠정합의안에 노조원 80%가 반대표를 던지며 부결된 지 한 달 만에 현대차 노조는 전면 파업이라는 악수를 뒀다. 현대차 일부에서는 잦은 파업으로 업무에 차질을 빚자 사원·대리급 노조원들이 윗선의 눈치를 보면서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26일 현대차 노조가 12년 만에 전면 파업에 돌입하면서 이날 하루에만 7,200여대 규모, 총 1,600억원의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 참다못한 현대차 사측은 전면 파업에 들어간 노조를 향해 “노조 내부 이견부터 해소하라”며 날을 세웠다. “기존 잠정합의안은 회사와 노조 집행부와의 상당한 고민과 협의 끝에 도출한 결과였으나 노조 내부의 이견으로 교섭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정부도 직접 나섰다. 산업부는 이날 주형환 장관 이름으로 입장문을 내고 “현대차 노조의 파업이 월말까지 이어질 경우 13억달러(약 1조4,400억원)의 수출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며 노사에게 조업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달라고 호소했다.

지난달 26일 현대자동차 노사 간 잠정합의안에 노조원들이 역대 최고치인 78%의 반대표를 던지며 부결됐다. 내부에서는 노조 측이 대외적으로 책임을 사측에 돌렸지만 노조 집행부가 노조원들의 의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탓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실상은 노조 내부의 노노 갈등이 원인이었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현 집행부의 견제세력인 현장노동조직이 잠정합의안에 대한 부결운동에 나선 점도 조합원들의 반대 표심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26일 노조의 전면 파업으로 가동을 멈춘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연합뉴스26일 노조의 전면 파업으로 가동을 멈춘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연합뉴스


현대차 내부의 노노 갈등은 사상 최악의 수준이다.


반복된 파업으로 피로도가 쌓인 현대차 직원들이 ‘파업 참여’를 두고도 갈등을 빚고 있다. 올해만 벌써 20번째 파업으로 업무에 차질을 빚자 비노조원인 ‘팀장’들이 노조원인 팀원들의 파업 참여를 막아서고 있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명분 없는 파업에 내부에서도 균열이 생기는 모습”이라며 내부 결속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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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에 따르면 남양연구소를 비롯한 일부 부서 노조원들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 일부의 경우 사무실 불을 끄고 일을 하는 모습도 최근 자주 발견할 수 있다. 노조원들은 모두 파업에 가담해야 하지만 20차례나 벌어진 파업으로 업무에 지장을 주고 있는 것이 영향을 미쳤다. 직원들이 비노조원인 팀장급 이상의 눈치를 보는 것도 있지만 반복된 파업에 염증을 느끼는 모습도 늘고 있는 셈이다. 현대차 노조는 인사·노무·재경 등을 제외한 대리 이하 직원으로 구성돼있다. 주로 생산직이 중심인 현대차 노조는 5만명가량인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모습을 두고 현대차 노조의 결속력이 느슨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파업의 중심이 생산직이라고 하지만 강성 노조의 비호 아래 있던 노조원들이 파업 대신 근무를 하는 경우는 그동안 현대차 노조의 모습과 다르다는 분석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귀족노조라는 비판이 거세지자 최근 들어 현대차 노조 안에서도 과거에 없던 노노 갈등이 벌어지는 모습”이라면서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경우 현대차가 점점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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