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기업

모기지담보증권 부실 판매로 美 법무부서 140억弗 벌금폭탄...도이체방크, 제2 리먼브러더스 되나

주가 7% 급락...33년만에 최저치

도이체방크 충당금 62억弗 불과

獨 언론 "메르켈, SOS 거부" 보도

부실화땐 글로벌 경제 혼란 불가피

獨 정부 어떤 구제안 내놓을지 관심





26일(현지시간) 독일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도이체방크의 주가가 하루 만에 주당 10.53유로까지 7.49%나 급락하며 33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에게 모기지담보증권(MBS)이 안전한 것처럼 속여 판매한 혐의로 미국 법무부로부터 부과된 징벌적 합의금 140억달러(약 15조5,000억원) 조달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독일 최대 은행 도이체방크가 유럽은 물론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몰고 온 MBS 불완전판매 혐의로 거액의 벌금폭탄을 맞은 도이체방크가 제2의 리먼브러더스가 될 우려까지 제기된다.

도이체방크의 위기는 미 법무부가 부과한 합의금이 이 은행의 지급 여력을 훌쩍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6월30일 도이체방크가 규제당국에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이 은행의 위기 대비 충당금은 합의금의 채 절반이 안 되는 62억달러에 불과하다.


도이체방크가 미 법무부와의 중재과정에서 독일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를 거부했다는 23일 독일 언론의 보도 이후 투자자들은 더욱 민감하게 반응했다. 도이체방크는 이날 해당 보도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시장의 불신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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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체방크의 위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4년 6월 유럽중앙은행(ECB)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면서 수익성에 빨간 불이 켜졌으며 지난해에는 리보(LIBOR·런던 은행 간 금리) 조작 혐의로 인한 과징금과 소송비용까지 겹쳐 순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재무건전성 개선을 위해 독일 제2의 은행인 코메르츠방크와 합병, 자산운용 부문 매각 등도 검토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결실을 보지 못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도이체방크의 부실이 더 번지기 전에 독일 정부가 긴급 자금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올 2·4분기 기준 총자산 1조8,033억유로를 보유한 독일 최대 은행 도이체방크가 무너질 경우 독일과 유럽은 물론 전 세계 금융시장도 다시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 때문이다.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이 2008년 금융위기를 불러왔듯이 도이체방크의 붕괴가 ‘리먼 모먼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피터 브룩바 린제이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도이체방크가 유럽의 괴물은행이 된 상황에서 지금의 문제는 리먼 모먼트”라며 “독일 정부가 어떤 방법으로든 그들을 구제해줄 것으로 가정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그간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부실은행 지원을 강력히 규탄해온 독일 정부로서는 정치적 부담으로 섣불리 도이치방크 살리기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탈리아·그리스 등이 그동안 독일에 대해 분노와 억울함을 느껴왔다는 점에서 독일 정부가 매우 엄격한 조건을 붙여야 도이체방크 지원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연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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