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각] 불안하고 미심쩍은 한미동맹

박현욱 여론독자부 차장





북한의 핵 도발 후에는 어김없이 우리 정부의 강도 높은 ‘말 대포’가 포문을 연다. 이달 초 5차 핵실험 후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김정은의 정신상태가 통제 불능이라며 비난했다. 북한의 핵 질주가 한반도의 긴장 수위를 높이는 ‘미치광이 전술’인 것은 맞다. 그러나 뾰족한 대응책도 없는 정부가 비전략적으로 표현한 그 광인(狂人) 집단이 액면 그대로 아무 생각 없이 저지른 우발적 도발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미국은 심기가 몹시 불편해졌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등 수뇌부 및 조야가 비난 성명과 확장억지 전략을 재확인하는 발언을 연일 내보내고 있다. 최근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은 미 후버연구소 강연에서 ‘오늘 밤이라도 싸울 수 있다’며 실시간 대비 태세를 강조했다. 예전과 다른 민감한 반응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이 가시화하자 북핵 능력을 과소평가해온 미국의 본토 타격에 대한 걱정이 커진 탓이다. 북한이 의도한 시나리오다. 핵 문제를 북미 간 협상 대상으로 이끌어가는 데 이미 성공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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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이지만 손쓸 수 없는 우리 정부가 기대는 것은 한미동맹 기반의 확장억지다. 북한의 남침 시 미 핵무기로 보복할 가능성을 열어둬 북한의 감행 의지를 꺾는다는 것이 확장억지이고 핵우산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전까지만 제법 통했다. 이 또한 북한의 ICBM 개발 완료 후 미국 본토가 보복당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커질 경우 정작 개전 후에는 미국이 핵우산을 펼치는 것을 주저할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고 안보·군사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불확실성은 차기 미 행정부에도 있다.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언급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의 캠프에서 최근 미 전술핵을 한반도에 재배치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만약 트럼프가 승리해 오바마 행정부와 우리 정부가 반대하는 전술핵이 들어온다면 남한 스스로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깬다는 빌미를 주게 돼 향후 대북공조에 큰 틈이 벌어질 것이다.

결연한 듯 엉성해 보이는 양국의 대북·북핵 정책을 보면서 국민들은 의심하고 불안해한다. 불안이 기우로 그치게 하려면 결국 한미 간 불확실성부터 줄이는 것이 선결 과제다. 이참에 한미상호방위조약에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준하는 자동개입 조항과 핵우산을 규정해야 한다는 해묵은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미국은 전쟁이 발발했을 때 나토 국가들과 어느 시기에 어떤 방식으로 지원한다는 규정을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는데 한미동맹에는 이런 것이 없다. 주한미군이 인계철선(引繼鐵線) 역할을 하기에 자동개입을 다짐받고 있을 뿐이다. 일각에서 ‘구체적 약속 없이 추상적 규범만 가득 찬 동맹’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북한은 핵 폭주를 쉽사리 멈추지 않을 것이다. 국민들은 언제까지 의미 없는 분풀이용 말 대포나 들으며 막연한 기대와 찜찜함을 끊임없이 품고 있어야 할까. hwpark@sedaily.com

박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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