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현대자동차 파업과 관련해 11년 만에 긴급조정명령을 검토하겠다고 밝히고 나선 것은 4·4분기에 생산·소비·고용 모두 최악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조의 파업은 협력업체와 지역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고 공공·금융노조의 파업으로 물류대란마저 예상된다. 여기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28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내수위축까지 겹치며 분기 성장률이 1%대로 추락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는 “글로벌 경제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부정적 여건이 겹치면 청년 고용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현대차 파업이 3개월째 이어지면서 12만1,167대, 2조7,000억원의 생산차질이 발생했다. 특히 현대차의 1차 협력업체 380개사에서 1조3,000억원의 매출손실이 빚어졌다. 2차·3차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원청의 파업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협력사가 떠안는 것이다. 자금력이 약한 협력업체들의 줄도산 위험도 커졌다. 자동차 산업은 우리 제조업에서 고용의 12%, 생산의 13%, 수출의 14%를 차지할 정도로 전후방 효과가 크다.
정부는 평균 임금 9,600만원을 받는 현대차 근로자들이 자신만의 이익(임금인상)을 고집하며 우리 경제를 파탄에 몰아넣고 있다고 지적한다. 익명의 한 현대차 협력업체 대표는 “노조의 무리한 요구로 매년 과도한 협상비용을 소모하는 등 현대차가 내수시장 과점을 통한 영업이익을 조합원 기득권 유지에 이용하고 있다”면서 “협력업체는 영업중단과 임금손실을 그대로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조선업 구조조정이 가시화하면서 울산 지역 경제여건도 극도로 악화됐다. 지난달 울산 지역의 실업률은 4.0%로 전년 동기 대비 1.2%포인트 상승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울산 제조업 종사자는 1년 만에 1만명 넘게 줄었다. 수주량이 급감한 조선업의 경우 내년 상반기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란법 시행 역시 단기 내수위축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3·4분기는 그럭저럭 버텼는데 4·4분기는 정말 앞이 안 보인다”며 “예상 지표도 별로 좋지 않았는데 파업에다 김영란법까지 겹쳐 지표가 완전히 망가지게 생겼다”고 말했다.
고용상황 역시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8월 청년 실업률은 전년 동월 대비 1.3%포인트 높은 9.3%를 기록해 역대 최악을 매달 경신하고 있으며 6개월 이상 장기실업자가 18만명에 이른다. 장기간 이어지는 경기침체에다 불확실성이 높아져 30대 그룹의 하반기 채용계획은 전년보다 13.5%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를 나타내는 소매판매는 7월 현재 2.6% 감소(전월 대비)해 22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율을 보였다. 6월 말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가 종료된 영향이 컸다. 정부는 이달 29일부터 대규모 할인행사인 ‘코리아 세일 페스타’를 개최한다고 하지만 이미 여러 차례 개소세 인하, 할인행사로 가계의 소비가 앞당겨 집행돼 큰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수출 역시 갤럭시노트7 리콜 사태, 한진해운발(發) 물류대란으로 9월 들어 지난 20일까지 17%나 급감(전년 대비)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영란법과 파업은 경기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앞으로 한국의 분기별 경제성장률이 1%대(전년 대비)로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한국의 분기별 전년 대비 성장률은 올해 1·4분기 2.8%, 2·4분기 3.3% 등 줄곧 3% 안팎을 유지해왔다. 1%대로 둔화한다면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3·4분기(0.9%) 이후 7년여 만에 처음이다.
/세종=황정원·이태규기자 gard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