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앵거스 디턴(사진)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현재 한국사회의 불평등 지표가 심각하게 부정적이지는 않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불평등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불만은 사실 청년 문제에서 촉발됐고 이는 재분배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최근 우리가 직면한 저성장·고령화 문제는 성공의 결과물이며 이제는 저성장에 적응해야 할 시기라고도 조언했다.
디턴 교수는 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주최한 ‘경제발전경험 공유사업(KSP) 성과 공유세미나’ 기조연설 이후 기자들과 만나 “한국의 데이터는 세계 다른 국가와 비교해봤을 때 불평등 지표가 부정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재분배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보다는 뒤처지는 집단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턴 교수는 경제개발, 빈곤, 불평등과 경제성장 간 관계에 대한 연구를 인정받아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우리나라에는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과 함께 불평등 논란을 촉발시켰던 ‘위대한 탈출’이라는 저서로 잘 알려져 있다.
디턴 교수는 최근 한국을 비롯해 세계 전역에서 일고 있는 불평등 논란을 두고 “불평등은 개발의 결과물이면서 동시에 개발에 기여하는 양면성을 지닌다”며 “노력이나 혁신 때문에 생겨난 불평등은 긍정적이지만 지대추구나 정신자본주의 등으로 인한 불평등은 사람들에게 절망감만 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이나 유럽 국가에서 불평등에 대해 불만스러워하는데 깊이 들어가 보면 불만의 원인이 불평등이 아닌 다른 곳에 있다”며 “이런 이유에서 재분배를 통해 불평등을 해소하겠다는 것은 오히려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디턴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불평등에 대한 불만을 촉발한 것은 청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어쩌면 한국의 젊은 세대는 부모들이 누린 기회를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라며 “젊은 세대가 새로운 아이디어 가지고 성장에 참여하고 (발전을) 촉진 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턴 교수는 불평등을 비롯해 저성장·고령화 등 우리 사회가 맞닥뜨린 최근의 문제가 “성공의 결과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불평등에 대한 우려, 출산율 저하로 인한 고령화, 그리고 저성장은 성공했기 때문에 생기는 결과물”이라며 “한국만큼만 문제를 (적게) 가지면 기뻐할 국가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이나 중국이 이제까지 보여줬던 성장률을 계속 유지해온 케이스는 역사적으로 없다. 저성장에 적응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디턴 교수는 이번 세미나 기조연설을 통해 우리나라를 빈곤을 이겨낸 ‘위대한 탈출’의 사례국가로 소개했다. 차관 방식의 공적개발원조(ODA)가 아닌 지식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우리 정부의 KSP에 대해서는 “세계 빈곤 문제 해결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