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9일 구속 수감 위기에서 벗어나면서 롯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만약 신 회장이 구속될 경우 일본롯데에서 주주들의 동요가 일어나 경영권마저 아예 일본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롯데 측은 우려해왔다. 롯데의 한 관계자는 “검찰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정상적인 회사 경영이 어려웠다”며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도 각종 혐의에 대해 성실히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재계는 신 회장이 최악의 위기에서 벗어난만큼 본격적으로 사태 수습에 매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동요하고 있는 일본롯데홀딩스 주주들을 안심시키는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본롯데홀딩스는 한국 롯데의 정점인 호텔롯데 지분을 90% 이상 갖고 있는 롯데그룹의 사실상 지주사다.
신 회장은 지난 7월 3일 일본에서 귀국한 이후 출국금지에 걸려 석 달 가까이 일본을 방문하지 못했다. 신 회장은 출금이 풀리는대로 일본으로 건너가 종업원지주회 등을 만나 본인이 롯데를 경영하는데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며 향후 재판과정에서 무죄를 받아낼 수 있다는 점을 집중 해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재계 안팎에서는 신 회장이 구속될 경우 롯데의 경영권이 쓰쿠다 다카유키 일본롯데홀딩스 사장에게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구속영장 기각과 별도로 출금 조치가 풀릴지 여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일본 주주들의 혼란을 잠재운 뒤 과제는 내부 조직 수습이 될 전망이다. 롯데그룹의 2인자이자 살림꾼 역할을 맡아왔던 이인원 부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롯데는 그동안 커다란 경영공백에 신음해 왔다.
이 때문에 신 회장이 향후 재판 등에 대비해 믿고 맡길 수 있는 2인자를 서둘러 지명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 시점에서는 신 회장의 심복으로 잘 알려져 있는 황각규 롯데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이 가장 유력하다는 관측이 많지만 이른바 가신(家臣) 그룹의 아랫 세대에서 깜짝 발탁 인사가 이뤄지거나 위기를 수습할 외부의 제3자가 등장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단 혼란을 매듭 지은 뒤 신 회장은 재판을 준비하면서 숙원사업인 호텔롯데 상장 등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재판 결과가 무죄로 판정되면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기업공개(IPO)를 다시 준비한다는 게 롯데 측 계획이다.
재판에 대해서는 ‘해 볼만 하다’는 분석이 법조계와 재계를 중심으로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롯데는 그 동안 신 회장에 대한 검찰의 영장청구 내용에 “억울한 측면이 많다”고 호소해 왔다. 신 회장에 적용한 혐의 대부분이 신격호 총괄회장이 직접 결정한 사안인데 그 책임은 신 회장이 지는 구조로 설계돼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검찰은 지난 26일 신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회장과 서미경(신격호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 씨에게 지급한 급여 508억원을 문제로 삼았다. 신 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경쟁자에게 돈을 몰아주었고 이때문에 횡령으로 볼 수 있다는 게 검찰 측 주장이지만 롯데 측 해명은 다르다. 오너 일가의 직위 및 급여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전적으로 결정한 사안으로 신 회장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구조였다는 것이다.
재계는 신격호 회장이 적어도 2015년 초까지 롯데 경영 전반의 최종 결정권자였던 것으로 보고 있다.